미친 여자 G嬉(꽁트)
2008.01.21 04:23
머리맡의 알람이 울린다. 새벽 5시, 밖은 아직 캄캄하다.
매주 화요일 아침이면 이 시간부터 화장실의 물을 틀면서 수선을 피워
함께 자는 식구들의 잠을 깨우는 여자, 'G嬉'
그 이름의 뜻은 골프를 즐기는 아가씨란 말이다.
골프를 치기 바로 전날은 그녀는 몸을 잘 가꾸면서 조심을 한다.
절대로 육제적인 힘을 소모하는 심한 노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몸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트렛치는 풍부하게 해준다.
S라인의 몸매를 지닌 가는 허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기름을 쳐주는 격이다.
힢을 비롯한 하체의 체중 이동을 잘 하기 위해 다리서부터 엉덩이를 돌리는
운동도 충분히 한다.
몸을 가꾸는 일이 끝이나면 다음엔 연장을 다듬어야 할 차례다.
싸움터에 나가는 기사가 무뎌진 칼을 갖고 나갈 수 없듯이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해서도 칼을 잘 갈아야만 한다. 아이언 7번, 우드 3번과 드라이버,
그리고 퍼터를 가지고 전신이 다 보이는 거울 앞에 선다.
각 채로 적어도 10번씩은 풀 스윙을 해 본다. 채를 휘두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어깨를 90도 각도를 돌렸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때 꼭 지켜야 할 점은 머리와 눈을 볼에 고정시켜야 한다.
다음에는 퍼팅 연습이다. 카핏 위에서 3,4 피트 거리에 홀컵을 정해놓고
볼을 굴려 정확하게 집어넣는 연습을 한다. 반듯이 공이 홀안에 들어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게 아니라 귀로 소리를 듣고 확인한다.
G희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날 밤처럼 설레는 맘을 안고
잠 자리에 든다. 몇 시간 못 자는 꿈 속에서 조차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굿 샷을 외칠 정도면 골프에 미친 여자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렇듯 치밀한 계획과 만반의 준비를 갖춘 지희는 부룩 사이드 골프장에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도착했다.
새벽 시간이라 손에는 김이나는 뜨거운 커피들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이 다 남자들이었다. 지희의 구룹만이 여자들의 모임인데 오늘따라
그녀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조금있다, 그녀의 셀폰이 울렸다. 모니터에 나타난 이름은 0 양이다.
받고보니 저쪽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감기에 걸린 목소리다.
"내가 열이나고 목이 너무 아파서 골프치러 못 나가겠어."
내 대답은 뻔한 것이다. 맥이 죽 빠져있는데, 다시 폰이 울렸다.
다음은 L양, 그녀는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나. 넷째, F는 타지에
나가있는지라 세명만 모여서 치기로 했는데 두 여자가 못 나타난다니
지희의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제 아무리 골프에 미쳐있는 여자라 할 지라도 새벽 시간에
혼자 라운딩을 할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 실망과 낭패가 섞인 마음을
달래며 파킹장으로 돌아서 걸어나왔다. 바로 그 때다!
"헤이, G희 아니니?" 어두워서 잘 알아볼 수 없어 어정쩡하게 다가가
자세히 보니 지난 해 내게 레슨을 해준 티칭 프로 잭 로만이었다.
반갑다고 인사하고 왜 되돌아가느냐고 물어서 우리 썸 멤버들이 모두
나타나지 않아 혼자 칠 수 없어 간다고 했더니 자기와 함께 치잔다.
G희는 이게 웬 떡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확인해야겠다 싶어
야, 오늘 라운딩 값은 얼마나 받으려고 함께 치자고 하냐고
농담비슷이 물었다. 물론 공짜지. 설마 내가 먼저 치자고 했는데,
레슨비 받겠냐? 대신 이긴 사람이 원하는 것 들어주기 내기 하자고
해서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와 내가 경쟁이 된다고 생각하냐?
내가 네게 전,후반 합쳐서 10점을 줄테니까, 해 보자고 했다.
G희와 잭은 이렇게 골프 경기를 시작했다.
지희는 너무기분이 좋았다. 공치는 줄 알았는데 다시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뻤고, 티칭 프로와 함께 하는 라운딩이니 뭣을 배워도
배울 것이란 생각에 웃음이 얼굴에 절로 흘러나왔다.
기분이 좋은 만큼 첫 홀의 기막힌 드라이버 샷으로 막을 열었다.
어제 밤에 연습한 탓인지 스윙의 리듬이 머리속으로 그린대로 연출
됐다. 그리고 퍼팅도 지희가 읽은 대로 공이 굴러가주는 것이었다.
언덕서 내려치는 펏도 별로 놓치질 않았다.
잭은 계속 혀를 끌끌 차면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동안 너무 많이
발전했다고 칭찬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괜히 점수를 준다고 했다나,
지희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치던 것보다 너무 공이 잘 맞았다.
전반전에 파를 다섯개, 더블보기 하나, 보기 셋 5점 오버 했다.
후반전에 가서는 버디까지 하는 바람에 트리플이 하나 나왔지만 6점을
더쳐 전체적으로 11점 오버했다. 그녀가 친 점수중에 최고 기록이다.
잭이 준다는 점수에 관계없이 지희 혼자 계산한 것이라, 그로부터 점수를
받고 계산하는 방법은 잘 알지 못했다. 또한 그의 점수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보나마나지. 프로와 아마츄어 함께 친다는 사실만도 영광이라
전혀 그의 점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잭은 지희가 이겼다면서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웃기만 하면서 대답을 피했더니
자꾸 다그친다.
정말 해주겠다면, 9홀을 다시 한번 돌자고 했다.
그랬더니 잭이 말한다.
G희, 넌 정말 골프를 즐기는구나. 배도 고프지 않은 모양이지."
그날 잭과의 라운딩은 오후 1시 반에야 끝이 났다. G희는 잭에게
근사한 런치를 대접했다.
오늘 같은 날만 있다면,
골프는 G희의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일텐데,
내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골프란 말이야.
그래도 사랑해야겠지.
매주 화요일 아침이면 이 시간부터 화장실의 물을 틀면서 수선을 피워
함께 자는 식구들의 잠을 깨우는 여자, 'G嬉'
그 이름의 뜻은 골프를 즐기는 아가씨란 말이다.
골프를 치기 바로 전날은 그녀는 몸을 잘 가꾸면서 조심을 한다.
절대로 육제적인 힘을 소모하는 심한 노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몸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트렛치는 풍부하게 해준다.
S라인의 몸매를 지닌 가는 허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기름을 쳐주는 격이다.
힢을 비롯한 하체의 체중 이동을 잘 하기 위해 다리서부터 엉덩이를 돌리는
운동도 충분히 한다.
몸을 가꾸는 일이 끝이나면 다음엔 연장을 다듬어야 할 차례다.
싸움터에 나가는 기사가 무뎌진 칼을 갖고 나갈 수 없듯이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해서도 칼을 잘 갈아야만 한다. 아이언 7번, 우드 3번과 드라이버,
그리고 퍼터를 가지고 전신이 다 보이는 거울 앞에 선다.
각 채로 적어도 10번씩은 풀 스윙을 해 본다. 채를 휘두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어깨를 90도 각도를 돌렸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때 꼭 지켜야 할 점은 머리와 눈을 볼에 고정시켜야 한다.
다음에는 퍼팅 연습이다. 카핏 위에서 3,4 피트 거리에 홀컵을 정해놓고
볼을 굴려 정확하게 집어넣는 연습을 한다. 반듯이 공이 홀안에 들어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게 아니라 귀로 소리를 듣고 확인한다.
G희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날 밤처럼 설레는 맘을 안고
잠 자리에 든다. 몇 시간 못 자는 꿈 속에서 조차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굿 샷을 외칠 정도면 골프에 미친 여자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렇듯 치밀한 계획과 만반의 준비를 갖춘 지희는 부룩 사이드 골프장에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도착했다.
새벽 시간이라 손에는 김이나는 뜨거운 커피들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이 다 남자들이었다. 지희의 구룹만이 여자들의 모임인데 오늘따라
그녀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조금있다, 그녀의 셀폰이 울렸다. 모니터에 나타난 이름은 0 양이다.
받고보니 저쪽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감기에 걸린 목소리다.
"내가 열이나고 목이 너무 아파서 골프치러 못 나가겠어."
내 대답은 뻔한 것이다. 맥이 죽 빠져있는데, 다시 폰이 울렸다.
다음은 L양, 그녀는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나. 넷째, F는 타지에
나가있는지라 세명만 모여서 치기로 했는데 두 여자가 못 나타난다니
지희의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제 아무리 골프에 미쳐있는 여자라 할 지라도 새벽 시간에
혼자 라운딩을 할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 실망과 낭패가 섞인 마음을
달래며 파킹장으로 돌아서 걸어나왔다. 바로 그 때다!
"헤이, G희 아니니?" 어두워서 잘 알아볼 수 없어 어정쩡하게 다가가
자세히 보니 지난 해 내게 레슨을 해준 티칭 프로 잭 로만이었다.
반갑다고 인사하고 왜 되돌아가느냐고 물어서 우리 썸 멤버들이 모두
나타나지 않아 혼자 칠 수 없어 간다고 했더니 자기와 함께 치잔다.
G희는 이게 웬 떡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확인해야겠다 싶어
야, 오늘 라운딩 값은 얼마나 받으려고 함께 치자고 하냐고
농담비슷이 물었다. 물론 공짜지. 설마 내가 먼저 치자고 했는데,
레슨비 받겠냐? 대신 이긴 사람이 원하는 것 들어주기 내기 하자고
해서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와 내가 경쟁이 된다고 생각하냐?
내가 네게 전,후반 합쳐서 10점을 줄테니까, 해 보자고 했다.
G희와 잭은 이렇게 골프 경기를 시작했다.
지희는 너무기분이 좋았다. 공치는 줄 알았는데 다시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뻤고, 티칭 프로와 함께 하는 라운딩이니 뭣을 배워도
배울 것이란 생각에 웃음이 얼굴에 절로 흘러나왔다.
기분이 좋은 만큼 첫 홀의 기막힌 드라이버 샷으로 막을 열었다.
어제 밤에 연습한 탓인지 스윙의 리듬이 머리속으로 그린대로 연출
됐다. 그리고 퍼팅도 지희가 읽은 대로 공이 굴러가주는 것이었다.
언덕서 내려치는 펏도 별로 놓치질 않았다.
잭은 계속 혀를 끌끌 차면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동안 너무 많이
발전했다고 칭찬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괜히 점수를 준다고 했다나,
지희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치던 것보다 너무 공이 잘 맞았다.
전반전에 파를 다섯개, 더블보기 하나, 보기 셋 5점 오버 했다.
후반전에 가서는 버디까지 하는 바람에 트리플이 하나 나왔지만 6점을
더쳐 전체적으로 11점 오버했다. 그녀가 친 점수중에 최고 기록이다.
잭이 준다는 점수에 관계없이 지희 혼자 계산한 것이라, 그로부터 점수를
받고 계산하는 방법은 잘 알지 못했다. 또한 그의 점수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보나마나지. 프로와 아마츄어 함께 친다는 사실만도 영광이라
전혀 그의 점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잭은 지희가 이겼다면서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웃기만 하면서 대답을 피했더니
자꾸 다그친다.
정말 해주겠다면, 9홀을 다시 한번 돌자고 했다.
그랬더니 잭이 말한다.
G희, 넌 정말 골프를 즐기는구나. 배도 고프지 않은 모양이지."
그날 잭과의 라운딩은 오후 1시 반에야 끝이 났다. G희는 잭에게
근사한 런치를 대접했다.
오늘 같은 날만 있다면,
골프는 G희의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일텐데,
내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골프란 말이야.
그래도 사랑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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