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찾는 동네
2008.01.2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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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찾는 동네>
"얘, 넌 어쩜 이 나이에도 그토록 젊음을 유지하고 있니?
몸매는 물론이고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잖아? 비결좀 말해주라."
여자 동창회에 가면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허지만 그 젊음이란게 그들만이 느끼는 모습이지, 실제로
어린 사람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깨달아지면
자신을 적라나하게 드려다 보면서 어느새 이 나이에 이르렀나
하는 우울한 확인을 할 때가 있다.
젊어보인다고만 하지 너는 젊구나라고 라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결코 젊지 않은 나이에
젊어보이는 것만도 아무나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기 동창중에 오수란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탱탱한 피부에 항상 뭔가 찾으려는 호기심에 가득찬
반짝이는 눈망울 하며 활기찬 웃음띄운 얼굴은 보는이로
하여금 생기가 막 솟아나게 한다.
몸매도 마른편이 아니고 볼륨을 간직한채 균형잡힌
에스라인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으니, 동기생들이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동창들 뿐이 아니다.
어떤 모임에서건 수란을 본 사람은 남녀를 막론하고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얘기를 좀 더 할 수는 없을까,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일종의 끌리는 흡인력을
지녔다고 누구든 말한다.
수란이와 나는 여고시절 한 번도 같은 반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그녀가 기억이 없다. 오직 지금
눈에 보이는 사실밖에는 모른다. 나는 그녀의 일상이
궁금해서 한 번 만나 점심을 함께하자고 사적인 시간을
마련했다. 실상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수란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점이 많았나 보다.
런치를 같이 먹고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는 서,너시간
동안 나는 그녀의 과거가 어떠했고, 요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장차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연유인지는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 않지만,
현재 그녀는 씽글이다.
다른 여인들이 이 나이에 가족이란 울타리로 인해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녀는 외롭지만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는 낭만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타 동창 여인들이 잃어버린지 오랜 소녀같은 청순함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
물론, 수란은 가족이 주는 흐뭇한 정과 따사로운 행복은
느끼지 못하고 모를지도 모른다. 그런 보편적인
삶의 충족을 맛보지 못한 대신 그런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혼자살고 있어선지 자아가 무척 강하다고 느꼈다.
능력면에서나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까지 여간한
노력을 드리는 게 아니었다.
지금도 근처에 커뮤니티 칼리지를 나가면서 지적 욕망을
채우는 거라든지, 한 끼의 런치를 먹으면서도 캘로리
계산을 놓치지 않는 거라든지, 아~ 이래서였구나
하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색다른 멋이 전혀 그저 되지
않았음을 입증 해주었다.
그런 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정신적인 위로를 받으며
삶의 재미를 느끼는 장소가 있다고 말 했다.
거기만 가면 자기는 나이와 자신의 위치를 잊고
무작정 소녀시절로 돌아간다고 했다.
시간만 되돌려 놓는 게 아니라 공간도 옛날로 돌아가
자기가 고향에, 서울 어느 호젓한 길이나 카페에
앉아있는 것 같으니 이게, 어디 타국살이라고 할 수 있니?
난 거기서 이민 살이의 고단한 짐을 풀 수 있거든.
너, 여기가 어딘지 아니? 추억을 먹고 사는 동네야.
난 거의 매일 여길 들리는데,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찾게 되고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너도 한 번 와 봐.
거기선 나이도 묻지 않고 어디에 사냐고 묻지 않지만
우린 서로 알아. 느낌으로 말이야.
여기서는 오늘 처럼 비가 오는데, 그래서 나팔꽃 잎에
빗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지만
저쪽 지구의 동편 끝에서 살고있는 고국에선
이 비가 눈으로 내리고 있는 그 하늘이 보고 싶어
들르는 곳이야.
지구의 동편과 서편, 바다건너 산 너머 멀리 살면서
밤과 낮의 시간들을 엇갈려 보내는 마음들이
너무나 가깝게 서로를 그리워하는 동네란 말이야.
우린, 이렇게 추운데, 여기선 반 팔 티셔쯔에
얼굴에 홍조를 띄운 저 모습들...
맨날 고향하늘 쳐다보며 그리움에 젖어있는 나에게
싸늘한 겨울밤 군밤냄새와 호떡 맛을 전해주어
한층 더 향수병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곳,
여기서 듣는 음악은 그날의 내 기분을 막 띄워준다.
그리고 만나는 글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구....
살면서 왜 언짢고 짜증나는 일이 없겠니?
그런 것 모두 이곳에 들어와 잊을 수 있어.
잘 풀리지 않는 골치 아픈 일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
해결될 수도 있단 말이야.
모든 짐 벗어놓고 짧은 글 주고 받는 동안 어느 틈에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되어있는 날 발견하는 거야 .
그런 곳이 어디 있냐고? 어떻게 그런 기분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있냐고 ?
오직 용수인들만이 느끼고 볼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곳이지. 인터넷 상의 카페, 용수야.
용과 수, 오래전에도 우린 한 동네에서 십대의
학창시절을 보냈잖니?
그 인연이 너무 놀랍고 소중해서 이렇듯 매일
들리다보니 난 계속 소녀같다는 소리를 듣는거야.
마음이 그러니까 겉으로도 나타나는 거지.
너도, 나처럼 젊게 지내려면 용수에 들어와.
거기서 맛보는 행복감으로 인해 넌 분명히 또다른
삶의 생기를 찾을 수 있을 꺼야.
그럼 반듯이 젊어질게고......
글/조정희
2008년 1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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