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불어 좋은날

2006.04.11 09:32

양용모 조회 수:79 추천:13

바람불어 좋은날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양용모



  탐스러운 이화(梨花)는 터질 듯한 처녀의 젖꼭지 마냥 부풀어 있다. 날 듯 들 듯 날름거리는 바람에 하늘거리며 흔들린다. 갑자기 하늘이 검어지더니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바다가 일렁인다. 하얀 물보라가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바람 탄 갈매기가 곡예를 한다. 성이 난 바람은 검은 구름을 몰고 왔다. 남해바다는 또 그렇게 바람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바람은 자연현상이다. 지표면에 대한 공기의 상대적 운동에 의하여 일어나는 바람은 자연 현상이다. 바람의 의미는 바람만큼이나 많다. 과학적으로 심오한 바람을 이야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의 생활에서 바람이라는 용어만큼  많이 쓰이고 비유되는 것도 또한 많지 않다. 영화인은 바람이라는 용어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여 재미난 영화를 만든다. '바람불어 좋은날', '바람난 가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등 이루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문학적으로는 더욱 많다. 심금을 울리는 바람의 사연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을 하게 만든다. 청춘의 바람은 사람 사는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함께 무르익은 사랑은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도 하고 순정 바친 처녀의 가슴에 못질을 하기도 한다.

  만약 바람이 없다면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바람은 묵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고, 비어있는 것을 채우기도 하며, 채워진 것을 비워버리기도 한다. 바람은 정체되어 있는 것을 뒤집어 새것으로 바꿔놓기도 하여 생명체에 활력소를 불어넣는다.
바람 중에 가장 고마운 바람은 황금벌판에 부는 산들바람일 것이다. 벼이삭이 올라오면 벼꽃이 만발한다. 이때 산들바람이 불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벼가 수정을 한다. 사각사각 벼 잎새가 흔들리는 소리를 들어 봤는가. 농부는 이 산들바람을 가슴에 쏘이며 한해농사의 보람을 찾는다.
뜨거운 여름날 집채만한 풀 짐을 지고 비지땀을 흘리며 산을 내려오는 지게꾼들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다. 짐바탱이에 풀 짐을 바치고 졸졸 흐르는 숲 속의 개울물을 벌컥 벌컥 들이마시고 가슴을 풀어놓고 맞는 산바람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다.
바람은 때로는 사랑에게 큰 재앙을 내리기도 한다. 태풍은 지상의 모든 것을 뒤집어 놓는다. 집도 부수고 산도 허물어뜨린다. 지난 2003년에 불어닥친 태풍 매미는 지나는 곳마다 나무를 송두리째 뽑아 놓았다. 무질서한 지상의 질서를 바로잡아 놓았다고나 할까.

  황금만능주의의 세태 속에서 세상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돈 바람일 것이다. 돈 바람이 불어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복권상점에 몰려들어 오늘도 숫자놀음에 열중할 것이다. 그러나 돈 바람이 불어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이 결코 인생의 행복을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 돈이란 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춤바람에 세월 가는 줄 모르다가 패가망신하는 이도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나친 것이 탈이었을까.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가르침이 늦은 탄식을 불러온다.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어버린다. 그런 게 이른바 때늦은 후회라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요 축제라고 한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의 살림을 해나갈 사람들을 뽑는 지방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명분도 좋고 의지도 강하다. 당선을 자신하며 큰소리를 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정치인들이 늘 국민을 속이고 기만했기 때문이다. 숙명이라고 했다. 한때는 내팽개치고 달아나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그거 안 하면 안되겠습니까?”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냉소석인 한 마디는 나의 가슴을 찢어 놓는다. 아들에게도 존경받지 못하는 정치는 왜 하려고 하는가. 그러나 나의 가슴에는 민중에 대한 열망과 하나님의 말씀으로 나를 복종케 하여 낮은 데로 임해야 한다는 정확한 소신이 있다.
이 땅에 태어나서 나라다운 나라 정치다운 정치 아니 내 조그만 고을에서나마 제대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나의 구호는 “주민의 힘으로 전주시를 혁신한다.”로 하였다. 지금 우리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정직하게 변해야 한다. 이 정직한 정치는 주민의 힘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나의 이 희망찬 구호가 세찬 바람이 되어 유권자들의 가슴가슴에 힘차게 불었으면 한다. 바람불어 좋은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