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은발농원
2006.04.11 20:23
꿈에 본 은발농원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고) 김병규
"눈이 엄청나게 내렸네!" 새벽 4시면 일어나는 아내의 말이었다. "웬 눈이 또 그렇게 많이 내렸어?" 폭풍이 몰아치고 폭설이 내렸던 지난 겨울을 연상하며,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나 창 밖을 내다봤다. 밖에는 눈이 아니라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고, 만우절을 잘 써먹었다며 아내는 날 속인 일이 고소한 듯 쾌재를 불렀다. 젊은 날의 아내가 돌아온 것 같았다. 봄을 안고 찾아와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가 그립던 고향친구처럼 반갑기도 했다.
지난 겨울의 심한 추위와 폭설은, 큰 재앙을 몰고 왔다. 쌓이는 눈에 축사가 무너져 가축이 폐사(斃死)되고, 비닐하우스가 날아가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르던 농작물이 몽땅 얼어죽었다. 양식장의 물고기도 모두 죄도 짓지 않았는데 비명에 하늘나라로 갔다. 농민은 농심(農心)을, 어민은 어심(漁心)을 잃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큰 고통과 시련을 준 원망스러운 겨울이었다. 그 고난의 터널을 넘어 새봄이 돌아오고, 반가운 봄비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생명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농심과 어심은 회생이 어렵다. 가뜩이나 농산물 수입개방은 농어민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만 하고있다.
아내와 생활체조에 나갈 시간이지만, 새벽 비 덕으로 자리에서 뭉그적거렸다. 일자리를 잃고 자식들의 짐이 되고있는 나는, 무슨 일이던 일이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을 떠올리며, 기독교방송을 틀었다. 저명한 목사님의 말씀이 가슴에 다가왔다. 말씀과 더불어 비몽사몽간에 새벽잠이 몰려왔다. 죽음은 예고가 있다는데, 잠은 예고도 없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달콤한 새벽잠 고개를 넘고 말았다.
천 세대가 넘는 J아파트 노인정은, 65세 이상 남녀회원이 210명에 이른다. 전 인구3,000명의 7%에 해당되는 숫자다. 회원의 70% 이상은 나같이 일자리를 원했다. 회원들은, 군인, 공무원, 교사, 법조인, 의사, 건축가, 농어민 등 다양한 경력을 거친 사람들이다. 나라가 어렵던 지난 날, 힘겨운 역사의 현장에서 땀흘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어 낸 왕년의 역군들이다. 아직은 지난 날 활약하던 저력이 남아, 아까운 세월 헛되이 보내지 말자는 바람이 일었다. 그 결과 '은발영농회'를 결성하고 '은발농원'을 개설했다.
'은발농원'은 전주에서 90분 거리 지리산 자락에 있다. 3만평 넓고 양지바른 능선에 사철 청정한 계곡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다. 복숭아, 포도, 사과, 배, 밤, 매실나무 등이 균형 있게 조성된 과수원이다. 싱싱하게 청년기를 맞은 과목들은 풍성한 수확을 예고하는 활기찬 농원이다. 당초 어느 농군이 큰맘 먹고 조성했으나 관리능력부족으로 폐농(廢農)이 되어 방치된 농장을, 도청과 농협의 알선으로 '은발영농회'가 인수하게 되었다.
'은발영농회'는, 관리부, 보건부. 영농부로 구성되었다. 관리부는 인력관리와 사업경영을 총괄한다. 보건부는 회원의 급식과 건강관리의 책임 부서고, 영농부는 회원의 영농교육 및 생산과 판매를 맡는다. 3대 부서의 수장들은 그 책임이 막중한 대신에 봉사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계급조직이 아닌 획일적 수평조직의 원칙으로 운영되어 매사를 만장일치로 결정하기에 전 회원의 자부심으로 운영된다. 전 회원은 오로지 의미 없는 노년의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갖고 일한다.
'은발영농회'는 개별책임체제로 운영된다. 회원별 과목을 지정하여 과일나무에 본인의 이름표를 달아놓고, 자기 앞에 지정된 나무를 자기 몸처럼 가꾸고 자식처럼 애정으로 보살핀다. 회원마다 선의의 경쟁으로 관리하는 까닭에 온갖 정성이 다 부어져 전체 과수원은 언제나 싱싱하고 젊다. 병해충 방제도 각자가 자기과목은 심도 있게 관찰하여 맨손으로 구제하거나 극소량의 농약을 사용하기에 거의 무공해 과수원이다. '은발농원'은 회원의 공유재산이고, 희망의 일터이며, 꿈을 가꾸는 아름다운 낙원이다.
매일 새벽 4시면, 군인출신답게 통솔력이 뛰어한 관리부장의 동원명령으로 새벽이 열린다. 90명의 회원이 2대의 자율버스에 오른다. 차가 새벽의 상큼한 공기를 가르며 씽씽 달려 '은발농장'을 찾아가는 동안, 종합병원장 출신 보건부장은 회원들의 건강검진을 한다. 이어 영농부장의 소임을 맡은 나는 겸손한 자세로 당일 할 일을 꼼꼼히 챙겨서 회원들에게 알려준다. 회원들은 준비된 아침식사를 차안에서 하고 분담된 작업준비를 완료한다. 전 회원을 매일 90명씩 2개조로 편성 격일제로 사역을 감당하여 농장을 관리하기에, 주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작업이 진행된다. 회원들의 손길이 농장 구석구석을 모두 챙겨 농장은 활기에 넘치고 희망이 가득하다.
드디어 복숭아 첫 수확이 시작되었다. 건들면 툭 터질 것 같은 농익은 복숭아수확은, 전 회원이 교대로 3일간 작업 끝에 15kg포장 900상자를 수확했다. 당도 최고의 맛좋은 지리산 청정지역의 무공해 복숭아는, 농산물 공판장에 가기도 전에 자체소비와 이웃 아파트 부녀회를 통하여 상자 당 30.000에 전량 판매되었다. 복숭아 농사는 작년대비 150%의 실적이고 금년목표 130%를 달성했다. 앞으로 포도, 사과, 배, 밤, 매실의 작황이 우수해서 '은발농원'의 중간평가는 목표의 130%이상 달성되리라는 판단이다. 목표 초과달성의 중간평가에 환호하며 회원들은 '은발영농회' 만세를 소리 높여 불렀다. 만세소리에 소스라쳐 잠이 깨었다. 먼동과 더불어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단 한 시간 정도 자면서 꾸었던 '꿈에 본 은발농장!' 이를 두고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내가 꾼 그 꿈이 현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이 늘어난다고 걱정들이다. 전국에 417만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니 걱정도 할 만하다. 노인을 걱정하는 것은, 노인들이 경제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나 생산성이 없이 소비만 한다는 서글픈 이야기로 들린다. 경제활동 하는 세대들의 짐이 된다는 말이다. 지난 날 나라가 어려웠을 때 피땀 흘려 이만큼 나라를 일으켜 세웠으면 대접받을 만한 권리는 있을 터인데, 너무 심하게 노인을 폄하한다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다. 젊은 날을 힘들게 살았으니 그 말이 그럴 듯도 하지만, 기력이 남아있을 때 일하는 것이 보람일 듯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힘에 맞는 일자리가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은발영농회'의 '꿈에 본 은발농원'이 만우절 새벽에 내가 꾼 일장춘몽일지라도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들어 가는 농촌에 농심을 다시 살리고, 노년의 아름다운 행진을 위하여 '은발농원'을 이 땅의 방방곳곳에 꾸몄으면 좋겠다.
(2006. 4. 10.)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고) 김병규
"눈이 엄청나게 내렸네!" 새벽 4시면 일어나는 아내의 말이었다. "웬 눈이 또 그렇게 많이 내렸어?" 폭풍이 몰아치고 폭설이 내렸던 지난 겨울을 연상하며,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나 창 밖을 내다봤다. 밖에는 눈이 아니라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고, 만우절을 잘 써먹었다며 아내는 날 속인 일이 고소한 듯 쾌재를 불렀다. 젊은 날의 아내가 돌아온 것 같았다. 봄을 안고 찾아와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가 그립던 고향친구처럼 반갑기도 했다.
지난 겨울의 심한 추위와 폭설은, 큰 재앙을 몰고 왔다. 쌓이는 눈에 축사가 무너져 가축이 폐사(斃死)되고, 비닐하우스가 날아가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르던 농작물이 몽땅 얼어죽었다. 양식장의 물고기도 모두 죄도 짓지 않았는데 비명에 하늘나라로 갔다. 농민은 농심(農心)을, 어민은 어심(漁心)을 잃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큰 고통과 시련을 준 원망스러운 겨울이었다. 그 고난의 터널을 넘어 새봄이 돌아오고, 반가운 봄비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생명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농심과 어심은 회생이 어렵다. 가뜩이나 농산물 수입개방은 농어민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만 하고있다.
아내와 생활체조에 나갈 시간이지만, 새벽 비 덕으로 자리에서 뭉그적거렸다. 일자리를 잃고 자식들의 짐이 되고있는 나는, 무슨 일이던 일이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을 떠올리며, 기독교방송을 틀었다. 저명한 목사님의 말씀이 가슴에 다가왔다. 말씀과 더불어 비몽사몽간에 새벽잠이 몰려왔다. 죽음은 예고가 있다는데, 잠은 예고도 없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달콤한 새벽잠 고개를 넘고 말았다.
천 세대가 넘는 J아파트 노인정은, 65세 이상 남녀회원이 210명에 이른다. 전 인구3,000명의 7%에 해당되는 숫자다. 회원의 70% 이상은 나같이 일자리를 원했다. 회원들은, 군인, 공무원, 교사, 법조인, 의사, 건축가, 농어민 등 다양한 경력을 거친 사람들이다. 나라가 어렵던 지난 날, 힘겨운 역사의 현장에서 땀흘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어 낸 왕년의 역군들이다. 아직은 지난 날 활약하던 저력이 남아, 아까운 세월 헛되이 보내지 말자는 바람이 일었다. 그 결과 '은발영농회'를 결성하고 '은발농원'을 개설했다.
'은발농원'은 전주에서 90분 거리 지리산 자락에 있다. 3만평 넓고 양지바른 능선에 사철 청정한 계곡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다. 복숭아, 포도, 사과, 배, 밤, 매실나무 등이 균형 있게 조성된 과수원이다. 싱싱하게 청년기를 맞은 과목들은 풍성한 수확을 예고하는 활기찬 농원이다. 당초 어느 농군이 큰맘 먹고 조성했으나 관리능력부족으로 폐농(廢農)이 되어 방치된 농장을, 도청과 농협의 알선으로 '은발영농회'가 인수하게 되었다.
'은발영농회'는, 관리부, 보건부. 영농부로 구성되었다. 관리부는 인력관리와 사업경영을 총괄한다. 보건부는 회원의 급식과 건강관리의 책임 부서고, 영농부는 회원의 영농교육 및 생산과 판매를 맡는다. 3대 부서의 수장들은 그 책임이 막중한 대신에 봉사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계급조직이 아닌 획일적 수평조직의 원칙으로 운영되어 매사를 만장일치로 결정하기에 전 회원의 자부심으로 운영된다. 전 회원은 오로지 의미 없는 노년의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갖고 일한다.
'은발영농회'는 개별책임체제로 운영된다. 회원별 과목을 지정하여 과일나무에 본인의 이름표를 달아놓고, 자기 앞에 지정된 나무를 자기 몸처럼 가꾸고 자식처럼 애정으로 보살핀다. 회원마다 선의의 경쟁으로 관리하는 까닭에 온갖 정성이 다 부어져 전체 과수원은 언제나 싱싱하고 젊다. 병해충 방제도 각자가 자기과목은 심도 있게 관찰하여 맨손으로 구제하거나 극소량의 농약을 사용하기에 거의 무공해 과수원이다. '은발농원'은 회원의 공유재산이고, 희망의 일터이며, 꿈을 가꾸는 아름다운 낙원이다.
매일 새벽 4시면, 군인출신답게 통솔력이 뛰어한 관리부장의 동원명령으로 새벽이 열린다. 90명의 회원이 2대의 자율버스에 오른다. 차가 새벽의 상큼한 공기를 가르며 씽씽 달려 '은발농장'을 찾아가는 동안, 종합병원장 출신 보건부장은 회원들의 건강검진을 한다. 이어 영농부장의 소임을 맡은 나는 겸손한 자세로 당일 할 일을 꼼꼼히 챙겨서 회원들에게 알려준다. 회원들은 준비된 아침식사를 차안에서 하고 분담된 작업준비를 완료한다. 전 회원을 매일 90명씩 2개조로 편성 격일제로 사역을 감당하여 농장을 관리하기에, 주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작업이 진행된다. 회원들의 손길이 농장 구석구석을 모두 챙겨 농장은 활기에 넘치고 희망이 가득하다.
드디어 복숭아 첫 수확이 시작되었다. 건들면 툭 터질 것 같은 농익은 복숭아수확은, 전 회원이 교대로 3일간 작업 끝에 15kg포장 900상자를 수확했다. 당도 최고의 맛좋은 지리산 청정지역의 무공해 복숭아는, 농산물 공판장에 가기도 전에 자체소비와 이웃 아파트 부녀회를 통하여 상자 당 30.000에 전량 판매되었다. 복숭아 농사는 작년대비 150%의 실적이고 금년목표 130%를 달성했다. 앞으로 포도, 사과, 배, 밤, 매실의 작황이 우수해서 '은발농원'의 중간평가는 목표의 130%이상 달성되리라는 판단이다. 목표 초과달성의 중간평가에 환호하며 회원들은 '은발영농회' 만세를 소리 높여 불렀다. 만세소리에 소스라쳐 잠이 깨었다. 먼동과 더불어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단 한 시간 정도 자면서 꾸었던 '꿈에 본 은발농장!' 이를 두고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내가 꾼 그 꿈이 현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이 늘어난다고 걱정들이다. 전국에 417만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니 걱정도 할 만하다. 노인을 걱정하는 것은, 노인들이 경제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나 생산성이 없이 소비만 한다는 서글픈 이야기로 들린다. 경제활동 하는 세대들의 짐이 된다는 말이다. 지난 날 나라가 어려웠을 때 피땀 흘려 이만큼 나라를 일으켜 세웠으면 대접받을 만한 권리는 있을 터인데, 너무 심하게 노인을 폄하한다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다. 젊은 날을 힘들게 살았으니 그 말이 그럴 듯도 하지만, 기력이 남아있을 때 일하는 것이 보람일 듯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힘에 맞는 일자리가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은발영농회'의 '꿈에 본 은발농원'이 만우절 새벽에 내가 꾼 일장춘몽일지라도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들어 가는 농촌에 농심을 다시 살리고, 노년의 아름다운 행진을 위하여 '은발농원'을 이 땅의 방방곳곳에 꾸몄으면 좋겠다.
(2006.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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