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체 선거와 떼거리문화

2008.01.31 07:59

성기조 조회 수:728 추천:3

<2월의 글>

  



*예술단체 선거와 떼거리 문화
                                                  성 기 조(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숲은 나무가 모여 사는 곳이다. 숲에서 사는 나무를 구분하면 활엽수와 침엽수로 구분된다. 활엽수는 잎이 크고 넓으며 침엽수는 바늘처럼 가늘고 긴 게 특징이다. 숲은 여러 종류의 나무가 키 순서대로 적당히 경쟁하면서 각기 삶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사는 나무들은 하나같이 햇볕을 더 만나기를 원한다. 키 큰 나무들의 보호를 받는 키작은 나무들은 대체로 큰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 잠깐씩 들어오는 햇볕을 받고 살면서 다른 큰 나무들과 조화를 이룬다.

숲은 나무들의 유전형질에 따라 환경에 순응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해가는 곳이다. 그러나 모든 나무들이 자연의 규칙에 충실한 것만은 아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침엽수는 자기들끼리 순수혈통만 고집하면서 한곳에 모여 산다. 그들은 우선 곧게 자라 가지를 서로 맞닿게 뻗어 땅위에 짙은 그늘을 만든다. 아무리 햇볕을 조금 요구하는 나무라도 소나무나 전나무 밑에서는 자랄 수 없게 만든다. 수천, 수만의 소나무와 전나무가 자라는 숲에 가보면 그들 나무 밑에서 활엽수가 살지 못한다. 키 큰 소나무와 전나무는 활엽수 들이 살지 못하게 원천봉쇄하고 저희끼리만 떼거리를 지어 살아간다. 더구나 저희끼리는 해가 없고 다른 나무는 잘 못 자라게 하는 이상한 물질까지 분비한다.

  숲이 가장 빨리 이루어지는 열대지방에는 소나무나 전나무가 살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살기 어려운 곳으로 쫓겨나 성장조건이 열악한 온대와 한대지방으로 밀려났다. 결국 숲이란 나무나라에서 소나무와 전나무가 쫓겨난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려면 다양성을 중시해야 한다. 활엽수와도 어울려 사는 지혜가 소나무와 전나무에 있었다면 침엽수는 생장조건이 좋은 열대지방에서 따뜻한 햇볕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을 터이지만 순수 혈통주의를 고집했기 때문에 생장조건이 열악한 온대나 한대지방으로 쫓겨났다.

숲을 문화에 비교해보면 더욱 재미있는 결론을 얻게 된다. 다양성을 인정해야 문화인데 그러하지 못하고 순수혈통주의만 고집하는 문화, 나만 살겠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배척하는 문화는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누구나 아는 이 진리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문화만 지키겠다고 고집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예술문화단체인 예총이 그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시작 되었다. 예총은 10개의 단체 (건축, 국악, 무용, 문인, 미술, 사진, 연극, 연예, 영화, 음악)가 연합한 가장 큰 단체인데, 열개 단체가 제각끔 혈통주의와 집단이기주의를 앞세워 자신들의 단체가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끼리끼리 모인다. 열개 단체의 수장을 뽑는 게 아닌데도 끼리끼리 모여 떼거리 문화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면 예총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10개 분야의 예술을 종합하고 통합해서 예술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예총 회장의 할일인데 이렇게 되면 큰 차질이 오지 않을 수 없다.

  나무나라인 숲에서 소나무와 전나무가 떼거리를 지어 살기를 바라다가 열악한 풍토로 쫓겨나듯 우리의 예술문화도 그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문화예술은 인접 예술을 인정하고 서로 보완하면서 종합예술로 승화시킬 때만이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열개 단체가 저마다 제일이라고 말하면서 주도권 쟁탈에 뛰어든다면 그 갈등과 반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익집단 간의 갈등 때문에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살펴야 한다. 10개 분야에 걸쳐 있는 예술단체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오직 예총의 발전을 위해서 일할 사람을 선택하면 얼마나 공정한 선거가 될 것인가,

  독선과 편견을 버리고 오직 예총을 발전시킬 비젼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한국 예술의 통합과 발전을 이루어내는 길이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형태를 생각하면서 소나무나 전나무의 삶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가 되었다.

  만약 이런 현명한 지혜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한국의 예술문화는 척박한 환경에서 비비 틀려가며 자라는 소나무처럼 볼품없게 자라다 고사하게 될 것이다.
  
http://cafe.daum.net/munyaeundong 문예운동, 수필시대, 청하문학회, 서울시단, 청하백일장의 문학사랑방으로 오시면 낭만과 문학의 향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단의 모든 정보를 알수있습니다. 모든 회원(http://www.openmunyae.com/에 가입하신 회원들도)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4 새만금 방조제 김병규 2008.02.20 720
553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즈타운 가는 길 윤상기 2008.02.14 726
552 위대하신 세종대왕 전하께 이의 2008.02.13 724
551 까치까치 설날은 가고 오명순 2008.02.12 722
550 빛과 그림자 김금례 2008.02.10 721
549 여고 졸업 후 30년 배영순 2008.02.05 732
548 처음으로 북녘땅을 밟고서 조규열 2008.01.31 723
547 능소화 이종택 2008.01.31 725
» 예술단체 선거와 떼거리문화 성기조 2008.01.31 728
545 물처럼 사노라면 김학 2008.02.03 735
544 동서 배영순 2008.02.05 729
543 내 고향 정자 정장영 2008.01.29 727
542 2007년에 행할 사항들 김사빈 2008.01.27 723
541 2007년 우리 집의 10대 뉴스 정원정 2008.01.26 728
540 또 하나의 기쁨 김금례 2008.01.23 724
539 잊혀져가는 것들 이강애 2008.01.21 724
538 아름다운 연하장 신팔복 2008.01.21 725
537 가을 산행 김영옥 2008.01.19 728
536 빌려 사는 삶 조규열 2008.01.18 733
535 햇무리 이의 2008.01.17 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