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2008.02.20 14:04

김병규 조회 수:720 추천:2

새만금 방조제
                                    행촌수필문학회 김병규


한파가 소한‧대한의 꼬리를 이어 기승을 부리던 날, 새만금 방조제를 찾았다. 망망한 바다를 가로질러 누워있는 방조제 위에는 짭짤한 높새바람이 휩쓸고 있었다.
“와, 이레 바람결이 사납노? 부산의 바닷바람과는 영판 다르제?”
두툼한 목도리를 동여매며 부산에서 온 문우들이 입을 열었다. 따갑도록 차가운 높새바람은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스쳤다. 싸늘한 바람의 애무에 홍조를 띈 여성 문우들의 화사한 얼굴은, 수줍은 소녀처럼 사랑스러워 보였다. 전국에서 모인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들은 이 거대한 새만금 방조제를 보고 크게 감탄했을 것이다.

방조제는 태산을 바다 가운데에 옮겨 놓은 듯 우람해 보였다. 바윗돌과 흙을 퍼다 쌓은 방조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리만큼 완벽하고 튼튼하며 거대했다. 망망한 바다 가운데로 평균 폭 290m에 36m의 높이로 33km를 쌓아올린 방조제는 우리 기술과 근로자들의 피땀과 눈물의 결정체였다. 만리장성은 육지에다 쌓으면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생이 따랐고,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은” 비화를 남겼다. 하물며 바다 가운데에 방조제를 쌓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랐을까? 현대과학의 첨단공법으로도 해결이 어려웠던 물막이 공사와 배수갑문 설치의 성공은 우리의 자랑이다. 간척의 나라 ‘네덜란드’ 기술진이 우리의 창조적 공법을 배워갔다니 우리 기술의 승리요 우리나라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방조제는 자연의 횡포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지키는 수문장이다. 태풍과 해일, 자연의 지각변화로 방조제가 무너져 국토가 유실되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새만금 방조제는 그 위용만큼이나 기초가 튼튼하다. 33km에 연결된 가력도와 신시도, 야미도와 비응도는 방조제의 튼튼한 보루다. 아무리 거센 자연의 위력도 억만년을 이겨낸 섬들의 내구력으로 잘 지켜낼 것이다.

갈매기섬이라 불리던 가력도는 내 고향 변산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었다. 해조들의 고향이자 무인도인 갈매기섬은 내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담긴 꿈의 섬이었다. 고향 마을의 뒷동산에 올라가 바라보던 갈매기섬은 보물이 가득한 보물섬이라고 상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언젠가는 찾아가 노적가리처럼 쌓인 보물을 찾아내리라는 꿈이 내 가슴에 숨겨져 있었다. 그 생각은 내가 성년이 되어서도 가물가물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고희(古稀)에 이르도록 고향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음의 보물섬, 꿈에 그리던 갈매기섬을 찾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 갈매기섬을 전국에서 온 남녀문우들과 걸어서 찾아갔다. 내 어릴 때 동화 속의 보물섬이던 갈매기섬은 옛날 옷을 다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났다. 보물이 가득하리라던 갈매기섬은 보물보다 더 값진 ‘가력배수갑문’이 8련이나 설치되어 마침내 보물섬이 되어있었다. 내 어릴 때의 꿈이 현실로 바뀌어져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를 경계로 동쪽의 넓은 바다는 육지가 되고 서쪽은 창파가 넘실대는 바다로 남는다. 바다에 떠있는 고군산군도는 애절한 사연과 전설을 간직한 관광자원의 보고다. 육지가 되는 땅은 우리나라의 지도를 바꾸게 된다. 우리는 지금 좁은 땅에서 너무나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 10만 제곱KM도 못 되는 땅에 5,000만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으니, 한 치의 국토라도 넓히는 것이 우리의 염원(念願)이다.

우리 겨레도 넓은 중원 땅에서 살던 때가 있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절에는 중원의 넓은 땅을 우리의 국토로 삼아 민족의 기상을 만방에 떨쳤다. 민족의 기상과 영광을 잃고 외국의 간섭과 지배를 받던 치욕스런 때도 있었고,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라를 되찾았지만 당당하던 조상의 기상을 잃은 채  국토분단이란 비극을 안고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좌절하거나 도약의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전쟁으로 황금 같은 옥토를 잃고 실의와 좌절에서 빠졌던 덴마크 사람들이 “밖에서 잃은 땅을 안에서 찾자!”는 지도자 그룬트 비희를 중심으로 한 덩어리로 뭉쳤다. 그 덴마크 국민들은 화합과 결속으로 버려진 불모지(不毛地)를 옥토로 가꾸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복지국가를 건설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세계 어느 민족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겨레다. 새만금사업으로 마련된 40,100ha의 넓은 땅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옥토가 될 것이다. 그 안에 친환경 복합 농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생태마을을 조성하여 농촌도시로 꾸며 생산, 연구, 교육, 레저, 문화 등 복합기능의 터전을 건설할 것이라고 한다. 산업용지를 만들어 IT, BT 등의 지식기반산업기지를 세우고, 친환경용지를 두어 생태공간도 조성한다. 관광용지를 조성하여 해양관광, 위락, 농촌문화 및 환경을 관광자원화하고, 에너지용지를 두어 풍력발전 및 태양광으로 무공해 전력을 생산한다. 이 모든 사업들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면 새만금은 분명히 천혜의 관광지로서 무릉도원(武陵桃源)같은 이상향(理想鄕)으로 태어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염원하는 국민적 소망이다.

우리는 새만금사업을 나라 발전의 국가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국민 모두의 화합과 결속으로 하루속히 이 사업이 와성되면, 새만금 방조제는 국토를 지키는 수문장이 될 것이고 새만금사업은 국력을 키우는 튼튼한 터전이 될 것이다.
                  (2008. 2. 10.)
*이 글은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서를 참작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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