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

2019.06.27 05:54

최수연 조회 수:1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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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달아나요 풀밭이 구불거려요

심장이 두근두근 똬리 튼 등나무 덩굴을 읽는데
백반(白磐) 색이었어요
그날 구급차는

맹독은 보랏빛
잇바디 뾰족한 바람이 독을 퍼뜨려요 공기가 몸부림을 쳐요
긴 머리 쓰다듬는 손길 사이로 날짜들이 뒤엉켜요
푸르스름한 옆모습이 스멀거려요

표정이 아니라 목으로 읽어야 한다는 장미
밑줄 그은 어제가 붉은 십자를 그어요

두 손을 모아야 할까 무릎을 꿇어야 할까
흔들의자가 들썩거리는 독서, 혹은 독사

황급히 실려 간 꿈틀거리는 기억이 모두 빠져나가고
읽히는 건
빈 무늬 같은 허물

태양은 풀어진 길 같아, 오싹 기분이 미끄러져요
책이 일그러져요

- 최연수, 시 '오독'


숲으로 들어가는 여자분을 불러세웠습니다.
"조심하세요. 뱀이 나올지도 몰라요."
오래전 보았던 기억이 소환되어 생긴 일입니다.
독사에 물리지 말라고, 여름방학에 백반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구불거리는 길이 독사가 아닌 건 분명한데
갈수록 오독이 잦아집니다.
그 오독으로 인해 오해를 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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