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세 번째 수술

2020.06.27 13:33

한성덕 조회 수:5

 아내의 세 번째 수술                       

                                                                힌성덕

 

 

 

  전신마취의 목적은, 의식소실, 감각차단, 반사차단 등을 유발하는 약물들과 시술을 사용하여 수술시 발생하는 통증 및 출혈, 고혈압, 저혈압 등 인체에 유해한 생체 반응을 조절한다. 따라서 수술에 필요한 최적의 생리 상태를 유지하여 수술 및 시술을 받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수술이 끝난 뒤에는 환자를 즉시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켜야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과 수기 및 임상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예수병원의 ‘마취설명서’에서)

  기도나 정맥을 통해서 투여된 전신마취제의 일정한 농도가 뇌에 도달하면, 뇌는 환자의 의식을 소실시켜서 감각과 운동신경 및 반사반응을 일시적으로 차단시켜 수술을 돕는다. 수술이 끝나면 마취제의 투여를 중단하고, 근육이완을 역전시켜 환자의 의식과 자발호흡을 회복시킨다. 환자가 회복실로 옮겨지면, 그곳에 상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마취에서 안전하게 깨어나도록 보살피며, 수술에 따른 출혈, 혈압하강, 혈압상승 등을 관찰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20206월 첫날에도 ‘코로나19’ 확진환자가 35명으로 발표되었다. 한 때는 한자리로 떨어져 물러가나 싶었는데, 이태원 클럽사건이 터지면서 되살아나는 추세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에 병원도 기피하는 현상이 아닌가? 이런 상황이지만 예수병원에 가야했다. 아내의 수술을 6월 첫날 첫 시간에 예약하고, 5월 마지막 날 예수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실은, 이번 수술이 걱정할 바는 아니었다. 지방종인데, 주변사람들은 거북목이라고 진단했다. 운동하고 마사지해주면 없어진다기에 얼마나 누르고 문지르며 야단을 쳤던가? 병원도 안 가고 사람들의 말을 더 신뢰했던 것은, 병원에서 겁나는 소리를 하면 더 겁난다는 자의적 판단도 한몫 했었다. 귀가 솔깃해서 믿었던 게 병을 더 키운 꼴이었다. 병원에 와서야 비로소 아내를 사랑한 게 아니라 멍텅구리 짓이었다는 걸 깨닫고 몹시 후회했다. 봉곳한 채 왔으면 부분 마취로 간단하게 수술할 것을 얼마나 문질렀는지 넓게 퍼져서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닌가? 두 암을 수술한 전력 때문에 겁이 덜컥 나고 아찔했다.    

  1일 아침 850, 아내를 수술실로 데려갈 직원이 왔다. 멀쩡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잠깐 사이에 한 손은 아내의 머리에 얹고, 한 손으로는 손을 잡고 기도하는데 목이 메었다. 대기실에서도 기도하는데 눈물이 뺨을 작셨다. 지나간 인생여정에서 서글픔이 밀려왔다. 울어도 소용없는 짓이기에 태연한 척했다. 초조함은 어깨를 짓누르고, 긴장감은 뼈마디를 찌르며, 절박함은 내안에서 차곡차곡 쌓여 가는데 보호자를 불렀다. 수술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이었다. 암을 수술해서 ‘암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엄포(?)에 지레 겁을 먹었는데, 단순히 ‘지방종’이요, ‘수술도 잘 됐다’는 의사의 말이 천사의 소리로 들렸다.

 

  화학반응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반응하느냐’는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반응도 있지만, 수백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금속마다 열전도율이 제각각인데 쇠젓가락보다 은젓가락이 훨씬 더 빨리 전달된다는 게 아닌가?

  사람에 따라서 질병에 대한 몸의 반응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아내는 세 번씩이나 전신마취하고 수술했으니, 질병에 따른 체질적 반응은 은의 성질인가보다. 꿈인 줄 알면서도, 질병만큼은 수백 년 뒤에나 반응이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한 주간 입원했다가 퇴원하여 집에서 회복중이다.

                                         (2020. 6.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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