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너지는 공교육 현장

2020.10.16 05:38

이인철 조회 수:1

20. 무너지는 공교육 현장

     이인철

 

 

 

 

 사범대를 나와 학원강사로 근무하던 조카가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았다. 수업분위기를 상습적으로 해치는 학원생에게 엄한 훈계를 했다는 이유다. 훈계를 받은 학원생 부모가 항의를 하자 학원장이 일방적으로 강사에게 사표를 강요한 것이다. 주변 학원가는 골고루 다 거쳐 소문난 학생이지만 엄마가 맘카페 회원이라는 이유로 서로 쉬쉬하는 모양새다. 아마 카페에 학원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조차 달갑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학생 체벌문제가 사회화되자 공교육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다. 학부모에게 뺨을 맞는 교사, 학생에게 구타당하는 교사,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문제들이 속출하면서 교사와 학생 사이를 갈라 놓는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안티카페 등장도 충격적이다. 심지어는 담임교사를 조롱하고 혐오하는 안티카페도 기승을 부린다. 담싫모, 담죽모, 담저모 등은 이름만 들어도 섬뜩하다.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반장이 자신을 죽도록 미워하고 혐오하는 글을 본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너무 놀라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더 이상 교사 생활이 싫어졌다는 것이다. 이들 학생들이 진정으로 교사를 싫어해 이런 혐오스런 글들을 올렸을까? 상당수는 관심을 끌기위해서 또는 재미로 올려봤다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문제는 학생시절부터 자신이 표현하는 글들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장난삼아 올린 댓글로 상처를 받은 연예인들이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까지 발생하지 않던가?

 정년퇴직후 초등학교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후배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학교라 밤만 되면 인근 청소년들이 학교에 몰래 들어와 몸살을 앓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수많은 술병들이 널부러져 있어 도저히 눈뜨고는 학생들의 탈선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학생들이 잠입하는 족족 혼을 내고 내쫓았단다. 그런데 이튿날 교장이 찾아가 보니 학생들을 너무 심하게 다루지 말라고 종용하면서 학교는 그저 이들에게 쉬쉬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하더란다. 아마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학부모들의 항의를 염두에 둔 말인 것 같다.

 이제는 학생들의 문제가 교사와 학부모들의 대립관계로 변질되면서 점차 교사들이 교권을 내려놓는 일이 빈번해지는 등 공교육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띈다.

 이러다 보니 스승에 대한 권위나 존경심도 점차 사라지면서 예전엔 상위권을 달리던 학생들의 미래희망직업란의 선생님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지나친 자식사랑, 오직 내 자식만의 최고만을 찾는 일류병이 공교육의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느날 어느 일간지에 회초리를 나눠주는 유치원 기사가 눈에 띄었다. 아이들에게 예절과 다도를 가르치고 텃밭을 일궈서 직접 채소를 키우는 어느 스님이 운영하는 유치원이다. 아이들의 잘못은 엄하게 회초리로 다룬다는 유치원으로 유명하다.

 "여긴 애들이 잘못하면 회초리를 듭니다. 그걸 반대하는 부모님은 아이와 함께 지금 당장 나가 주세요."

유치원 원장과 학부모와의 첫만남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자리를 뜨는 학부모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실상 아이들의 인성교육은 부모들도 그토록 바라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202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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