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지만, 이제 울지 않을래요

2020.12.11 18:17

영훈 조회 수:6

보고 싶지만, 이제는 울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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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세 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 잃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영훈이(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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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편지를 받아보시는 분들은 저에 대해서 아시겠지만
저는 죄송하게도 감사함만 받았지 고마움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아는 게 없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12월이 찾아왔는데 12월이 되니
유독 그리운 가족들이 많이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눈물이 나와서 이제는 잠시 잊고
성인이 되면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5월 한순간에 사랑하는 부모님과
평소 의지를 많이 했던 누나를 잃고 말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따뜻한 하루' 후원자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직원분이 찾아와서 저의 손을 잡아주면서
아들처럼 다독거려주셨고 지금부터는 따뜻한 하루가
가족이 되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고,
불면증에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왜 나만 살아남았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
불안증세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따뜻한 하루 직원분으로 오신 분이
대표님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삼촌이라고 편하게 부르라는 말에 저도 조금씩
의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삼촌은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편지를 쓰면서 사실 제가 표현을 잘 안 해서 그렇지
제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를 텐데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받은 은혜와 관심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의 제가 후원해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방법은
바른 청년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저처럼 실의에 빠져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데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2020년 12월 8일, 영훈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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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이는 많이 밝아지고, 안정을 찾았지만
가끔은 외로움과 그리움, 원망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영훈이에게 따뜻한 하루는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영훈이가 이렇게 일상을 전해주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훈이는 현재 따뜻한 하루가 구해준 월세 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 치료를 위해서 선물한 고양이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고 하는데 처음 왔을 때 '털 난 공' 같이
생겼다고 해서 '모구'라고 지었다네요.

영훈이는 모구에게 하루 일상을 나누고, 고민을 나누고...
모구의 애교를 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반려 고양이 모구가 영훈이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따뜻한 하루는 후원자님들의 사랑 덕분에 사고 이후
지금까지 월세와 생계비, 교육비 등을 지원해왔으며
앞으로도 영훈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해서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영훈이에게 인생의 선배이자 친구가 되어줄
대학생 멘토를 연결해 주었으며 주 1회 직접 방문하여
공부를 도와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중학교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영훈이지만,
아무래도 부모님이나 형, 누나와 같은 보호자가 없다 보니
계속된 학습 관리를 위해서는 멘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는 영훈이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인격적인 성장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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