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寂寞)
2007.12.06 07:38
빈 자리마다 바람을 태우고 바다로 향한다
태초에 언어가 없었던듯 아무도 말이 없다
낮동안 정박해 있던 물들이
어두워지면서 더 이상 출렁이지 못하고
검은 도화지같이 해변위에 도배되는 바다,
차가운 종이위로
갈매기 한 마리 그려졌다 지워진다
돌아오지 않는다
새처럼 날아간
나의 배경에 들어왔던 그대.
휙휙 지나가는 바람의 붓 끝으로도
돌아오지 않는다
하늘과 바다, 겹쳐져 더욱 단단한 곳에
잘 박힌 한 척 배 불빛이
이팝나무꽃 같은 파도를
검은 백지 밖으로 밀어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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