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리 듣고 싶어

2007.12.09 12:17

배희경 조회 수:4

         개구리 소리 듣고 싶어                 글로벌 문학  2007년

   수 억 광 년 밖에까지 헬 수도 없이 걸려있는 별들 속의 별 하나, 화성에서 개구리 소리가 듣고 싶다. 물 있는 흔적이 있어 화성에서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면, 미련 없이 피난지 구포 논두렁의 개구리 소리를 잊어도 되겠다. 그 때 그 개구리들은 고달프고 황폐한 우리 삶의 사연을  동내 떠나가라 시설하며 밤하늘을 들었다 놓았다. 우리를 죽음의 계곡에서 사람 사는 곳으로 끌어 준 주인공이 그 개구리들이었다.

   수도 없는 사람이 죽었다. 살아있는 사람도 숨 쉬고 있으면서 사는게 아니었다. 뒤죽박죽이었다. 땅이 모조리 폐허된 후 정전이 되었다. 해도 38선 어디에선가는 그대로 군인이 죽어갔고, 사람들은 생사를 모르는 내 핏줄을 찾아 아우성 쳤다. 있는 것 가진 것 다 버리고 피난지에 왔지만, 갖고 싶은 것이란 아무것도 없고, 먹을 것만 찾아 헤맸다. 내일이라는 날은 말로만 있었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몸동아리는 그 순간만을 위해 굼틀거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모두 사람이 저질은 일이다. 사람이란 무슨 동물일까. 자기를 위해서 한 일로 자기가 죽게 되는 반동적 섭리를 모른다. 사람은 바보중의 바보. 많은 것을 안다면서 아무것도 모른다.

  개구리 소리가 성성히 살아있었던 그 때 그 구포, 논두렁 여기저기에서 개굴개굴 울었던 소리는 오랫동안을 다 지난 먼 일로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바로 오늘의 일이 되었다.  
   버지니아의 총기난사, 이락의 폭탄 테로, 어제 하루에만 바그다드에서 200여명이 사망했다. 미국이 이락을 폭격했을 때부터 합치면 죽은 사람이 십 여 만 명은 된다 했다. 우리가 겪은 그 때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한국청년이 세상 살기 힘들어 세상을 저주하며 친구를 죽였다. 그의 학우지만 그에게는 학우가 아니고, 수많은 이유가 있는 적이었다. 병에 걸린 증조다. 또 확실히 그것은 병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병이다. 남의 일일까. 어떤 순간엔 그가 나 일 수도 있다. 모두 나는 아니라한다. 양식과 양심을 가진 인간이기에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그것은 나다. 언제나 미움과 욕심과 경쟁 속에서 사는 우리 사람들, 내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어지러운 지구! 지구 온난화에, 몸서리쳐지는 살상, 지구는 곧 개구리 울 곳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에게 확실하게 살아있다고 알려 준 그 개구리도 이제 곧 없어지고 말 것이다.
            
   지구는 숨이 막혀 화성에 대고 구원을 청한다. 거기 개구리 있는가고. 있으면 좀 울게 해 달라고. 화성이 대답한다. 있지만 우리 개구리는 개굴개굴 울지 않고 게걸 게걸 운다고. 지구는 그것이 싫다. 개굴개굴 울어야지 왜 게걸게걸 우나. 게걸 만났는가 한다. 그 말에 화성은 화가 나서 돌아서 버렸다. 지구는 화성과도 내가 맞다 (개구리 울음), 네가 틀렸다고 옥신각신하다  죽기 살기 다툰다.

   나는 상관치 않겠다. 어떻게 울어대던 개구리만 운다면 상관치 않겠다.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 개구리 소리, 지구에서 잃은 희망을 화성에서 찾아보겠다. 내 화성을 찾아가리라! 거기서 옛 개구리가 안겨준 희망을 되찾으리라.  
    
   터무니없는 공상이다. 이런 공상이라도 하지 않으면 숨이 막힌다. 북국 바다 속에 녹아난 빙산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굶주림으로 뼈만 남은 몸엔 에이즈까지 덮쳤다. 세계는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불꽃 없는 전쟁, 불꽃 있는 전쟁 둘 다 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 하면서도 또 그러지 말자고도 한다. 우습지 않은가. 그러니 어찌 할 길이 없다.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살아남을 길이 무엇일까 고 생각한다. 화성에 도피 할 길 밖에 없을까. 아니다. 도피할 다른 길이 확실히 있다. 그것은 사람이 모든 욕심을 버리는 일, 나를 버리는 일이다. 가능할까. 아니다. 가능하지 않다. 욕심을 버린다는 것은 인간이 아니고 목석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면 세상은 목석만의 세상이 되는가. 그건 인간 상실이다. 그렇지만 차라리 그것도 좋겠다. 그러나 그러나...본래의 본연는 창조주가 인간을 만든 것이 잘못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절망밖에 없단 말인가.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 죽으란 말인가. 본래 인간은 나서 죽는 것. 별을 찾고 화성을 찾아 뭣 할까. 이렇게 저렇게 살다 죽으면 되겠지. 그리고 만일 죽어서 몸둥아리 잃은 영혼이 개구리 소리 들리는 화성에 가 산다면 그것도 기쁠 것이다.   환상을 펼쳐보자. 환상의 날개를 펴면 환상은 하늘로 훨 훨 날아, 개구리 소리 들리는 세계로 죽어서 갈지도 모른다.  인간 세상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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