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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은

2015.01.12 22:12

정국희 조회 수:687

이런 날은



벌건 노을
화냥년 속가슴처럼 풀어헤쳐진 날은
어느 허술한 선술집엘 가야한다
언젠가 떠난 사람
어느 쪽에서 와도 잘 보일 것 같은 창가
팔랑팔랑 치맛자락 나풀대며 오다
환하게 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잡고 앉아
그 안스러운 시절
군내나는 묵은지로 삭여야 한다

그러다가,
끝내 흉터같은 어둠 짙게 드리우면
사양하는 주인아줌마 불러 앉혀
막걸리 한 양재기 부어주고
나도 한 잔 가득 따라
피식,
헛웃음 새는 곳으로 쭉 들이켜야 한다

아무하고나 말이 통할 것 같은 이런 헤푼 날은
혀꼬부라진 소리로 속에 것 다 털어놓고
우리가 생이라 부르는 이 외로움을
이 빌어먹을 세상을
새똥 빠진 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달래야 한다

산다는 것이
다 이런 것이 아니겠냐고
가면 안된다고
가고나면 죽고 말겠다고
그 난리를 치고도 잘 살고 있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냐고
긴 기다림에 지친 시간을
바락바락 헛손질로 쓰러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