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봉지

2005.02.14 14:23

장태숙 조회 수:273

  약 한 봉지
                     장태숙

어머니 다녀가신 후
덩그란 식탁 위, 좁은 어깨 구부리고 앉은
당신의 약 한 봉지
남겨진 아픔이 애드벌룬처럼 부푼 허전함
바늘로 푹, 찌르는데
구겨진 주름사이 선명한 병원이름
후두둑 가슴에 떨어진다
목 울대 가득 메운 뜨거운 먹구름

하얀 사각봉지 속
손끝에 만져지는 알약들의 동글동글한 감촉
새삼 그리워
무디고 희미해진 당신의 의식 따라
익숙하게 건너는 태평양
관절염 통증 견디는 어머니의 무릎이 따뜻하다
견딜 수 없이 향긋한 살 냄새

진창길에서도 연꽃을 피우던 당신의 생애
한결 더디어진 푸석푸석한 보폭에
사라져 가는 기억대신 유년을 담고
어머니가 웃는다
마른 꽃처럼 약 봉지가 웃는다
뽀얗게 흐려지는 식탁 위
돌아 갈 수 없는 노을 빛 세월의 무게를 안고
투둑, 떨어지는 눈물 몇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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