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무량수전

2005.03.03 03:34

김동찬 조회 수:74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랗게 물든 시골길을 지나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 길을 지나
실직한 친구와 부석사 가는 길

구두를 닦던 날품을 팔던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 거잖아.
그리고 그 때까진 제발 글 따윈 쓰지 마.
나도 이제 몸이 쑤셔.
언제까지 보험 팔 수 있을지 몰라.

친구는 아내의 말을 가을 햇살처럼
흘려보냈지만
우리는 묵묵히
쉽게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 살다보면 부석(浮石) 같은
희망의 틈새가 있을 거야
자디잔 줄기로 아스라니 이어진

산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친구는 아내에게서
방금 도착한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다.

잘 다녀오세요.
소주는 한 병 이상 마시지 마세요.
가을바람이 좋아요.
그만큼 사랑해요.

가을 햇살에 실어
귀가 따갑게 보내 주시는 하늘의 메시지를
그놈의 절집 기둥들은 천년이 넘도록
듣는 듯 마는 듯 해찰하며
배째라 배 내밀고 웃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