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 종파 이기윤

2005.03.19 18:38

이기윤 조회 수:43


  

    달팽이 / 종파 이기윤



    소망을 농축해 담은 이민가방
    무겁게 등짐으로 지고

    안테나 길게 뽑아 하늘을 더듬으며
    감지된 영역
    꿈을 펼칠 그곳을 향해
    오늘도 기어오르는 가파른 외줄기길

    짖꿎은 바람이 길을 흔들어
    수천 길 낭떠러지 떼그르르 떨러질 때
    등짐속 움추린 몸을
    자갈길 돌맹이에 섞었다가

    간신히 안테나 다시 뽑아
    무겁고 느린 동작으로 미끄럼을 위로 타며
    예정된 길을 따라
    오늘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