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제(失題) / 종파 이기윤
2005.03.19 19:16
실 제(失題) / 종파 이기윤
어느 한 지표에
젖은 안개 미명 속에서
날카로운 꿈이 터지던 날
횃불이 하늘을 태우고
포성이 지구를 뒤흔들어 놓았다.
찢기어진 지각
여기 폐허
끄슬린 벽돌벽 밑에
형제의 피로 난
담쟁이가 커나고
텅빈 장독이
경사진 노을을 향해 앉았다.
선열은 피로 쓴 시집을 외이며
이곳을 향해 발버둥 쳐도
뜨거운 불길 지난 잿덤이 위에
벌레를 먹으려는
벌레들
하늘은
이미 뚫어졌는데........
흰꽃 핀 언덕고개
뻐꾹새 울음이
텅빈 항아리에
메아리를 그리는가.
해오라비의
꿈만
아득히 노을에 졸고 있다.
* 6.25의 후유증이 심하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신문의 빡스에 실렸던 옛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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