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2006.11.19 14:19

강성재 조회 수:78 추천:1

비오는 날이면 똑똑 빗방울 떨어져 내리던
지붕과 방 사이 키 낮은 천장엔
쥐오줌 누렇게 앉아 있었고
낡은 신문지 조각으로 도배한 벽에는
덕지 덕지 파리똥 붙어 있었다
뚫어진 창호지 너덜거리던 창틈으로
어쩌다 햇살 한자락 놀다가 돌아가는
대낮에도 호롱불 켜야했던 방
언제나 어두웠던 그 좁은 문틈 사이로
어머니가 짓는 저녁밥 고신내가
고물 고물 스며들면
마른침 꿀꺽 삼키며 허기 달래던
허물어져 가던 초가집

낡은방의 습기찬 곰팡이를 먹으며
어머니의 배고픈 눈물을
조석으로 마셨던
내가 선 이 자리,
세상을 무서워 하기엔
세상이 아직 나를 의식하지 않던
그 시절의 옛집에서

이제는 폐가가 되어버린
반세기만에 찾아든 그곳엔
어린 자식 배불리 먹이지 못해
언제나 서러웠던
어머니의 젖은 베겟머리가
유령처럼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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