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생리를 치르고 나면

                                           조옥동

차창 밖 눈앞에 핏물이 번진다
번잡한 도로변에 빈집인가
네 귀퉁이 힘주어 적막을 매달아
앞뜰과 뒤뜰에 저토록 끈적거릴 무엇인지
피를 토하는 낮의 괴기를 바로 보기 두려워
외면하고 지나치는 길
궁금증이 옆 눈으로 훔쳐보다
그 집 지붕에서 굴러 떨어지는 한낮의 햇빛이
납자기 엎드린 민들레 꽃등을 가볍게 찧고 올라
길모퉁이 팜 트리 손바닥에서 전선줄 너머로
햇살방아 돌아가는데 새소리 기척 없어 침묵하는 봄  
호젓한 뜨락에 적 매화 두 그루
지나는 겨울을 제일 먼저 용서하며
흥건히 눈물 흘리고 서서
마른 것, 갈증뿐인 세상을 적시고 있다

허기진 정월, 초승달 올려 보던 청승스런 미소는
안개비 저쪽 희미한 그림이다
싸늘한 세멘불럭 울타리 무거운 여백을 두르고
눈감은 나뭇가지 여린 살
소우주를 여느라 미열 오른다

바람과 눈물과 빗물로 생리를 치르며
계절은 몸살을 앓고서야
무심한 세월 젊잖게 철들고 철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