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있다

2007.05.23 07:33

오연희 조회 수:49 추천:10

무너지고 있다/오연희 종종 걸음 마음만 앞서가던 아이 훌쩍 자란 보폭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한 폭 밖에 되지 않는 도랑 건너듯 폴짝 하면 되는 거리 머뭇거리던 마음 한자락 바짝 당겨 세운다 논두렁길. 아홉산. 알감자 품은 들판 사람은 떠나도 산천은 유구하다는 말 오래 전에 무너졌지만 그곳에 세워진 낯선 시선들 눈 둘 곳을 잃은 작은 보폭의 아이 차라리 눈을 감는다 아이가 자라던 집에는 늙은 부모님 여직 아이를 기다리고 잠시 맡겨둔 다락방의 이불 몇 채 비행기 소리 날 때마다 웅성거린다 고무줄 놀이. 술래잡기. 깡통차기… 맘껏 휘젓던 동네 어귀에 숨쉴 틈 없이 박혀있는 차들 그 사이를 미친 듯이 달리는 오토바이 가슴 섬뜩해진 동네 어르신의 웃음소리 헛헛하다 무너져가는 늙음의 경계 대책 없이 바라보며 조글조글한 웃음 속내 들락거리는 눈빛하나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