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2007.05.30 10:29
꿈을 "미주문학" 2004년 가을호
날아다니는 꿈을 꿨다고? 나는 좀처럼 그런 꿈 꾼 일없는데... 그러고 보면 내 한 조카 녀석은 그림을 그렸다 하면 기차나 마차 위에도 푸로펠라를 달았었지. 그 녀석은 꽤 날고 싶었던 모양이야.
나는 내 동료에게 꿈에도 꿈에서도 날아 본 일이 없었다고 탄식하니 그는 내게 이렇게 타일렀다. 안 돼요. 나는 꿈을 꾸세요. 기분이 아주 좋아요. 그러다 보면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도 만날 수 있거든요. 그 동료의 말에 믿음을 가져보려는 내 시도의 삯이 더 노오래 갔다.
날지 못하고 땅에서 굼지럭거리는 꿈만 꾸는 나는 땅 밖에 모른다. ’날개‘ 라는 과제를 받아들고 자신을 돌아본다. 꿈은 많았지만, 몸에 없는 날개를 달고 천사같이 난 일은 정말 없다. 없었다는 것은 내 상상력의 한계를 말하리라. 어떤 사람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또는 환상으로 하늘을 날아 달무리도 만져보고, 별이 널린 은하를 배회하기도 한다. 또 어떤 용감한 얼은 불랙홀의 정체도 살펴가며 틀림없이 있다는 내세를 꿈꾸기도 한다. 부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나는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날개란 나는 것만이 날개일가. 내게는 그렇지 않는 날개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저녁 노을의 반사를 타고 구름이 발갛게 물들면 대자연의 섭리에 울먹임을 참는, 그것이 아직 내게 남아있다는 것도 내게 달린 날개다. 주위의 사람들이 이렇게도 사랑스러우며, 그래서 누군가에 항상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날개 탓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날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거듭났다는 내 동료는 이래서 내게 날으는 꿈을 꾸라고 했었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렇게 나는 것 같이 기분이 좋다 보면 하나님도 만날 수 있단 말이지. 그러나 그 분을 꼭 만나야 할까. 찾아지지 않는 분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는가. 그 분을 모르면 내일이 없다 하지만 도리 없는 일이다. 내일이 없다 해도 오늘이 이렇게 있지 않은가. 오늘 하루를 전 생으로 알고 살아보자.
이렇게 억지 풀이를 잠깐 해 보나 내 생각이 내게도 석연치 않다. 자포자기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면 오늘밤은 애써서라도 남들이 하듯 나도 한번 훨 훨 나는 꿈을 꿔 보자. 날개를 달고서. 그러면 그 분을 만나볼 수 있다니 말이다.
어제 밤이다. 또 하나의 딸도 눈을 반짝거리며 제 나름대로의 설교를 하고 돌아갔다. 그 애는 나 같이 말주변이 없다. 그러나 그날만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웅변가가 되어있었다. 나는 딸에게 말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말 잘하게 됐니? 예수쟁이 다 됐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이렇게 날개 달린 자식들은 화사한 꿈을 꾸며 다른 세상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날개 없는 어미는 땅을 생각하고 있다.
한참 된 땅 얘기다. 나는 큰오빠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얘기 중 그는 장지를 장만했다고 했다. “어디에다요?” 하고 바삐 물었다. “너 애비(내 남편)가 묻힌 곳이지” 한다. 나는 갑자기 뛸 듯이 기뻤다. 오빠가 새 집 사고 내 집 근처에 이사 온 기분이다. 한줌의 흙으로 변할지언정 죽어서도 가까운 땅 흙이 되고 싶은 심정이었는가 보다.
그 후, 오빠가 우리 옆에 묻혔다. 우리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그 옆에 내 자리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그 때의 그 대화의 기쁨과는 지금 거리가 멀다. 우리 가까이 묻혔는데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도저히 좁혀질 수 없는 거리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었다. 한 땅속이지만 허무한 마음은 어떤 것으로도 메울 수가 없었다.
이래서 꿈을 꿔야 된다고 말했겠다. 역시 땅 속은 어둡고 싫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가져야 되겠다. 하늘에 있는 어느 곳엔 가에 날아다니는 꿈 말이다. 숫한 이야기와 까맣게 적은 이름의 무거운 책일랑 제쳐 두고, 날개를 달고서 훨 훨 나는 꿈을 꿔 보자. 그러나 그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지금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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