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다양한 시적 세계 구축

시의 한 해, 시단의 한 해를 좀더 가깝게 들여다보면 실로 풍요하고 풍작의 한 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학지의 풍년, 시집의 풍년을 엿볼 수 있는 2001년은 시의 나라다. 한 해가 저무는 겨울호, 신년호 대부분의 문학지면이 한 해를 결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현대시는 다른 장르에 비해서 대단히 폭넓은 활동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문학의 위기, 시의 위기라는 설이 회자되는 가운데 그래도 시는 건재하면서 꾸준히 시인과 독자라는 간격을 유지한다. 그러나 시인은 많은 작품을 생산하고 독자에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여 왔지만 시는 결국 소수의 독자층만 확보할 뿐이고 시인들 스스로의 만족에 안주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시를 창작하고 시에 대한 논의와 열망은 식을 줄 모르는 한 해였다.
다만 해가 거듭될수록 문학 가운데서도 시의 문제는 독자로부터 외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문명의 디지털, 사이버시대에 공감되는 대응관계의 약화와 함께 활자매체와의 거리감, 시적 공감대 상실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대중화와 더불어 심성에 몰입하려는 정적 태도보다 행위와 동작에 환호하려는 사회적 변화요소도 하나의 물결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2001년의 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으면서 활발하게 활동의 범위를 넓혀주었다.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시작품에 나타난 몇 가지 특기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환경생태문제에 대한 관심과 작품화는 최근 오랫동안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던 지구환경문제와의 접목으로 문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정치적 구도와 흐름이 맞추어지는 것으로 과거 민주화의 열망과 관심의 대상에서 자유로워진 현재의 구도에 새로운 관심의 이슈가 점차 환경생태문제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현실적 문제이며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2) 한국적 현실에서의 환경생태문제를 분단 반세기의 역사적 고통의 현장인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보존과 활용문제에 대한 방안, 민족적 아픔과의 교감을 통해 시인의 시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 문제는 월간 『시문학』의 지면을 통해 논의와 시작품이 수 차례 발표되기도 하였다. (3) 인간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중시의 문제는 환경생태문제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세상에 대한 달관의 태도와 존재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의 문제를 중점으로 다룬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거듭된 질문과 회의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특히 하반기에는 9·11 테러사건으로 인한 인간의 문명과 문화라는 이질적 요소에 기인하는 제반문제의식에서 외면되지 않고 있다. (4) 시의 서정성에 대한 문제는 근원적인 본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적 현실에서는 정치적 감수성이 민감한 사회적 구조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적 인식 때문에 시의 사회적 적응도가 높았다. 그러나 시의 서정은 본향으로의 귀향이기도 하다. (5) 디지털시대에 접근하는 시적 형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시의 전문성과도 관련되는 일로서 프로와 아마추어라는 개념접근이 모색되고 탐색하는 과도적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시인이라는 자격증에 대한 수요가 많은 사회이다. 그런데 문단출판계의 상업주의와 작가지망생의 허영에 힘입은 등단이 남발되어 시인의 타이틀은 평가절하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등단시인의 타이틀이 운전면허자격증과 같게 될 날도 올지 모르겠다(현택수, 『문학사상』 2002. 2)는 사회학자의 자족적인 말은 디지털시대, 사이버시대에 전문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6) 지방화시대 시단의 활성화가 이루어진 한 해다. 지방에서 시집이 인쇄 간행되고 시 단체와 시낭송회 등의 문단적 행사도 활발했던 해였다. (7) 원로시인의 원숙한 활동이 두드러졌고 해방공간에서 작품활동을 한 원로시인들의 업적에 대하여 작품적 평가보다 문단적, 사회적 평가의 목소리가 높았던 한 해였다.



Ⅱ. 시와 시단의 흐름 진단

1. 시인과 행적

지난해 작고한 미당 서정주 시인에 대한 평가가 금년도 상반기의 시단과 사회에 던져진 충격은 실로 크다. 이 문제는 문학과 문학인의 사회적 행적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문제제기가 되었다. 고은은 <미당담론>(『창작과비평』 여름호)에서 미당의 작품과 행적에 대한 글을 실었다. 미당의 제자인 고은은 미당의 작품, 인생, 삶의 철학, 사회적 정치적 행로 등 전반에 관한 비판을 하면서 대체로 부정적 시각에서 담론을 펼쳤다. 그의 담론은 '(1) 미당은 추억의 대상이며 단절의 대상, (2) 1980년 5월이 지나 미당은 8할 이상이 부정, (3) 세상에 대한 수치가 결여된 체질, (4) 인간으로서의 실존적 자아의식이나 근대적 역사 사고와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임, (5) 나만 있다는 혹심한 이기주의나 무례한 자아군림주의, (6) 귀촉도는 황당무계한 작품, (7) 상대가 일제든 해방 이후의 집권세력이든 권력의 편에 존재함으로써 시인의 특장인 음풍농월의 가락 속에 일신의 안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 (8) 그는 시대의 정면에서 약한 존재이고 시대의 측면에 기탁함으로써 존재의 회로를 찾아내는 곡신불사(曲身不死)의 운명'이라는 비판을 담고 있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시인 문정희는 <고은씨의 미당담론에 답하여>(『조선일보』 5.18)라는 글에서 (1) 논박한 첨삭이 필요한 곳이 있었지만 그가 기술한 많은 부분이 사실이다, (2) 고인의 무덤에 흙도 마르기 전에 이토록 악의에 찬 비평과 폭로에 가까운 문투를 빌어 미당 담론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3) "왜 문학이 권력에 종속되어야 하는가", "시인이란 어떤 시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척적 상황에 진입함으로써 일체의 이데올로기적인 명분들이 철수된 시대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초상으로서 어떤 현세성에 추수하지 않는 시혼으로서의 투혼을 가진 존재"라는 고은의 말에 "비록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진 정권이라 해도 대통령전용기에 앉아 대통령과 함께 공항을 나서는 시인보다는 진실로 고민하고 사랑하고 좀더 나은 세상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시인을 우리는 기다리는 것이다. 한때는 원수라고까지 불렀던, 인민복을 입은 최고권력의 사람과 와인잔을 부딪는 장면을 보고서도 나는 고은 시인이 이 사랑결핍의 시대에 뜻 있는 시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었다"고 했다. 이 지적은 고은 시인이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한 사실을 두고 논박한 부분이다. 문정희 시인 이외에 많은 시인들의 논의가 있었고, 많은 문학지면에 이 논의는 계속되었다. 미당의 논의는 우리의 현대사에 한 번은 짚고 넘어야할 과제이며 숙제다. 우리의 현대사에는 해방공간, 납월북 문학인에 대한 정리, 6·25 전쟁과 문학인의 행적문제, 정권창출과 문학인의 자세 등 많은 과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 논의에 대한 활발한 토론전개의 시점이 이루어진 한 해였다.



2. 문예지의 결산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문예지가 127종이며 이중에 시잡지가 3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시전문잡지는『시문학』, 『심상』, 『현대시학』, 『현대시』, 『시안』, 『미네르바』 등을 들 수 있다. 종합지로 시적 관심이 되고 있는 잡지인 『현대문학』, 『문학사상』,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세계의문학』 등은 매 호에 신작시를 발표하여 시의 풍성함을 보이고 있다.
문예지에서는 2001년 문단의 흐름을 조명하는 특집을 기획하여 작품의 경향을 분석하면서 연말정산을 하고 있다. 『현대문학』은 2001년을 마무리하는 12월호 <문단소식>에서 김광일의 <2001년 한국문단, 그 풍경들>이란 글을 싣고 있다. '미당담론 파문', '젊은이들 문학 외면', '최인훈의 「광장」 40주년', '통영서 되살아난 청마', '작가회의 현기영체제 출범', '박남철 시인 사건', '노익장 김춘수 신작시집', '최대이슈는 문학권력 논쟁', '안기부장 공관이 문학의 집으로', '한국계 미국작가 이창래, 세계로 발돋움'의 진단에서 시적 담론으로는 '미당담론 파문'과 '되살아난 청마'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문학사상』 2002년 1월호에서는 <21세기 첫해의 문단의 조류>라는 기획특집으로 2001년 시와 소설 작품경향을 통계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시집에 대한 평가로 『문학사상』은 22권을 '북리뷰'로 다루었고, 『문학동네』는 13권을 '비평', '리뷰'로 소개했으며, 『문학과사회』는 13권을 '단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대시학』은 24권의 시집을 '새 시집 읽기'에서 『동서문학』은 12권의 시집을 '이 계절의 신간 서평'에서 소개하고, 『21세기문학』에서는 8권의 시집을 '서평'으로 다루고 있다. 『실천문학』은 5권의 시집을 '서평'란에서 소개하고, 『시문학』에서는 10권의 시집을 '새시집'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월간 『문학사상』은 서평 및 리뷰 대상 시집의 통계를 통해 장석남의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이 각 잡지에서 가장 많이 서평으로 다루어진 시집이며, 김승희의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은 다음으로, 이하석의 「녹(綠)」, 고재종의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고진하의 「얼음수도원」, 문충성의 「허공」, 송재학의 「기억들」, 신대철의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 유하의「천일馬화」, 윤의섭의 「천국의 난민」, 이원의 「야후!의 강물에 천개의 달이 뜬다」, 장석주의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 정희성의 「시를 찾아서」, 최하림의 「풍경 뒤의 풍경」이 3회 이상 서평형식의 글로 다루어진 시집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통계의 인용은 한 해를 개관하는 자료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지방문학지로는 『다층』에서 시, 시조, 평론에 대한 연말정산을 손종호, 민병기, 문혜원, 박기수를 통해 조명하고 있음도 참고할 일이다.
서평과 리뷰에서 많은 평가를 받은 장석남의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은 시어의 명료성과 가슴으로 치밀어 오르는 부드러운 감성을 가져다 준다. 위의 통계를 토대로 하여 2001년 회자된 시집으로 공신력을 갖는다면 그 평가는 좋은 편이다. 이숭원의 "수묵화처럼 담채색의 음영만으로 표현되는, 유화의 꿈틀거리고 터져 나오려는 역동성과는 거리가 먼, 몽롱하고 우려한 풍경이다"(이숭원 <시적 진실의 스펙트럼> 『문학사상』 2002. 1)라는 평문과 정효구, 홍용희 등의 평문이 이들 작품에 대한 세계를 대신하여 줄 것이다.
물론 문학지가 평가한 시인의 서평이나 리뷰를 절대적인 우열평가의 척도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연하게도 여러 개의 문예지에서 평문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그 작품의 우열의 대상을 논하기 전에 이미 문제의식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3. 풍성한 시집

어느 해나 마찬가지이지만 2001년에도 시인들의 시집이 풍년을 이룬 해라 하겠다. 팔순 생애에 열여섯 번째 시집 「거울 속의 천사」를 출판한 김춘수 시인은 2년 전 상처한 부인에 대한 진득한 정감을 조용한 심정으로 시작품에 담고 있다. '아내는 내 곁을 떠나자 천사가 됐다'고 하면서 시인의 시적 창작욕구가 2년 사이에 '아내가 나를 이끌어 준 것 같다'는 표현으로 작품의 열정을 보여 주었다. 김시철 시인의 「어머니의 달」, 이원섭 시인의 「내가 뱉은 가래침」, 함혜련 시인의 「함혜련시선집」, 조영서 시인의 「새 하늘에 날개를 달아주다」 등 시단 원로들의 활동이 풍성한 한 해였다.
이성부의 「지리산」, 김종해의 「풀」, 허윤정의 「크낙새의 비밀」, 성기조의 「나무가 되고 싶다」, 전덕기의 「산·내·들 그리고 시간」, 윤석호의 「산의 바다」, 박명용의
「강물에 손을 담그다가」, 박명성의 「천산에 누운 사막」에서는 자연의 교감과 그 자연 속에 숨겨진 인간의 해탈적 정신을 추구하는 깊은 통찰을 염원한다. 그것은 영원한 생명의 원천을 구가하는 새로움을 위한 우주적 자연관의 일면이다. 시인의 정신적 몰두는 지구에, 우주에 한없이 숨겨져 있는 형이상학적 형상에서 끈을 이어주는 심성을 찾는다.
존재에 대한 무한한 형상의 관찰을 시도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움츠리고 있는 작품은 스스로 자신을 얽어맨다. 유종인의 「아껴 먹는 슬픔」, 복거일의 「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 나희덕의 「어두워진다는 것」, 오동춘의 「사과나무 생각」, 박종해의 「하늘의 다리」, 황귀선의 「세상에서 햇님에게」, 심상운의 「당신 또는 파란 불빛」, 한광구의 「산으로 가는 문」, 이지엽의 「씨앗의 힘」, 채규판의 「한 세월을 보내고 나니까」, 석병호의 「황혼을 날으는 새」, 이경희의 「아주 잠시인 것을」, 차영한의 「살 속에 박힌 가시들」 등 대체로 삶의 영역에서 부상하지 못하는 미지의 현상을 스스로 발견하고 나와 나 아닌 사물의 일상에서 새로운 자신을 되돌아보는 풍성함이 있다.
이가림의 「내 마음의 협궤열차」, 안혜초의 「살아 있는 것들에는」, 구상회의 「그래도 꿈꾸기」, 박제천의 「SF - 교감」, 박곤걸의 「화천리 무지개」, 이병훈의 「물이 새는 지구」, 김석규의 「태평가」, 김윤완의 「우화공화국의 눈물」, 이상만의 「사바나를 가다」, 문효치의 「남내리 엽서」, 정민호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기석의 「1억톤의 시간이 내려 앉았다」, 서정란의 「어쩔 수 없는 낭만」, 류선희의 「눈먼 새를 위한 푸가」, 소복수의 「내소사의 아침」 등의 시집도 금년 한 해의 수확으로 기록될 것이다.
간행된 대부분의 시집을 통독하고 나면 그 느낌을 몇 가지 형상으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는 되돌아보기이다. 일종의 인생의 관조다. 인생에 대한 무한한 가능의 세계에 대한 집착과 다른 사물이나 주변의 생성된 상황에서 자아의 위상과 실상에 대한 성찰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 대상은 자연적 현상의 접근과 문명문화의 변화요인은 물론 돌발적인 사태로부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오늘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에서 들어닥치는 인간의 위상에 대한 점검이 소외나 이탈의 정신적 충돌에 부딪치고 있는 시적 세계가 많이 다루어지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둘째는 일상의 파괴와 접근이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실적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는 문명, 밀려오는 정보매체, 문화적 현상의 거대양상, 이러한 것들이 인간군의 형성과 정신적 감수성을 송두리째 어지럽혀 놓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것은 인간 대 인간과의 관계, 세대와 세대와의 관계정립이 파괴되고 접근하는 모순된 영역에 감금된다. 어리벙벙한 파노라마 현상의 착각이 동반되는 갈등의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민이고 소외이며, 위축으로 나타난다. 셋째로 그래서 많은 시인은 시적 대상을 삶의 영역에서 근접하는 환경에 대한 필요성, 환경을 인식함으로서 오는 생명에 대한 절대적 가치인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시인은 세상보기를 삶의 절대적 가치에 두고 그것이 확대해 가는 새로운 문화적, 문명적 파괴력을 경원시하면서 현실적 인식에 동조한다. 이러한 세 가지 관점의 정리는 최근 간행된 시집에 대한 단편적 정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시인의 시적 표현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정신적 자세라고 하겠다.



4. 시조 시단

2001년에 시조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시조전문지는 물론이고 일반종합문예지와 시전문문예지에서도 시조작품 발표의 고정란을 유지하면서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시조전문발표지는 『시조문학』, 『현대시조』, 『시조세계』, 『시조월드』, 『시조시학』 등이며 『문학사상』의 '신작시조' 『현대시』의 '한국의 정형시' 『시문학』, 『월간문학』의 '시조' 지면이 시조작품의 발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현대시』에서는 '한국의 정형시'라는 고정기획으로 이우걸 책임편집인을 두고 유재영, 박기섭, 이지엽을 공동으로 필진을 선정하여 지난 달에 대한 평을 싣고 있다. 매호 평균 4명의 시조시인의 신작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시조의 정형성에 입각한 새로운 기법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시조가 지녔던 고전적 관념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작품의 소재와 기법문제를 다각도로 시도하고 창작함으로 시조가 우리의 국민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색함이 좋을 듯 하다. 『현대시』를 통해 유자효의 「계림에 와서」, 문무학의 「홍수」, 박옥위의 「플룻을 듣다」, 정휘립의 「동진강」, 고정국의 「우기의 시」 등이 발표되고, 이 지면을 통하여 허영자의 「우리집 꽃밭은」과 유안진의 「출토 토우」 등의 시조작품이 발표되었다. 문예종합지인 『문학사상』에서는 장순하의 「시간의 얼굴」, 서벌의 「세월이 드리어 오면」, 김원각의 「미안하다」, 이복현의 「낙화」, 한분순의 「사라져 가는 것을 위하여」, 유재영의 「지도엔 없는 나라」 등의 신작시조가 발표되었다. 『월간문학』에 정완영의 「살다보니 내 세월이」, 한춘섭의 「용문사 은행나무」, 김수자의 「호숫가에서」, 『시문학』지에 이일향의 「소리없이 스며드는 적막」, 정위진의 「억새」, 김월준의 「초록빛 인사」, 이해창의 「밀재를 넘으며」그리고 백이운의 「바람의 그림자」(『열린시조』) 조주환의 「흉터」, 김호길의 「비행운」(『시조시학』) 등 왕성한 신작작품 의욕을 보여주었다.
시조집의 간행도 활발하였다. 김연동의 「바다의 신발」, 서정연의 「문과 벽의 시간들」, 김해석의 「사막의 모래무늬」, 이종문의 「저녁밥 짓는 소리」 등 역작을 보여준 것은 시조문단의 수확이라 하겠다.
시조시단은 시조의 형식문제에 대하여 월간 『시문학』의 시조평에서 "시조형식의 본질적 특성은 3장의 구성원리에 있다. 이 3장 형식은 시조만이 갖는 독자적인 형식으로서 시조의 어법을 통해 그 시적 기능이 살아난다. 그러므로 시조의 형식은 시적 형태의 제약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형식의 완결성을 뜻하는 것이다."(장미라), "시조문학은 시조 특유의 형식을 갖고 있는 시이기 때문에 시조창작에 깊이 천착하는 사람은 시와 형식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러한 이중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데에 곱절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이 사실이다."(전원범)라는 새삼스러운 기초논의를 내세우는 것은 혹자들의 시조에서 보여지는 형식의 파격으로 인한 혼란을 염두에 둔 것이다. 나아가 형식을 떠나면 시조라는 명칭은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는 의미가 된다. 최근 시조시단이 활발해지면서 시조의 형식과 소재표현의 다양한 실험의식이 강조되면서 형식의 지나친 파괴와 소재표현의 추상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문예지 『다층』의 <2001 문학진단 - 시조>에서 민병기는 <한심한 추상시조, 완미한 구상시조>라는 평문에서 시조작품의 지나친 추상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를 추상화와 구상화의 예를 들면서 논의를 진술하고 있다. 시조는 추상화가 될 수 없다는 논의는 시조시단의 새로운 연구과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본다.



Ⅲ. 풍요로움 속에서 도출된 과제들

2001년의 시와 시단은 2000년에 이어 점진적인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몇 가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제시되고 있었다. 시적 관심의 소재가 환경이라는 자연적 조건에 부합하면서 자연생태계에 대한 절실한 생명의식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라는 지구환경이 한없이 쏟아내는 오염물질과 인간의 삶의 문제와 결부되는 조건에서 배출과 구제라는 이원적 형태는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최대과제다. 이 문제는 현대시가 관심의 대상으로 창작시에 적용되고 새로운 시적 이미지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은 새삼 새로움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최근 창작되는 환경분야의 시작품에서 문명은 가장 인간에게 편리한 환경이면서 이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악의 조건으로 유발시키고 있다는 작품이 많다. 이 점은 결국 궁극적으로 관심의 문제에 해결점을 두어야 한다. 사회가 환경조건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것은 결국 무관심의 태도를 버리라는 것이다. 시도 이곳에서 예외일 수 없다. 최근 문학에서 환경과 생태조건을 거론하는 것은 문학의 본질적 요소인 인간의 유효한 삶의 질적 문제에 관한 대 사회적 경종과 관심에서 비롯된다. 앞으로 지구는 인구 팽창 문제, 식량자원부족 문제, 환경의 오염과 남용문제 등이 정치적, 사회적 문제와 맞물리면서 한없는 곤욕을 치루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현대시는 이러한 문제를 작품으로 남기고 있다.
디지털 시대와 사이버상의 시적 대응도 절실하리라고 본다. 오늘날 컴퓨터의 인터넷상에는 문학에 관계되는 사이트가 범람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는 시의 장치의 문제점도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자못 심각한 과제가 된다.
예년과 같이 시단에는 여러 매체에서의 시낭송프로그램이 많아졌다. 필자가 파악한 바로 보리수시낭송회, 문화일보시낭송회, 우이동시낭송회, 좋은시낭송회, 예띠시낭송회, 좋은시낭송회, 시문학시낭송회, 문학의집시낭송회 등 많은 시낭송회가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시낭송회는 시의 바람직한 소개와 시의 운율적 효과를 이해하고 보급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행사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대대적인 국민운동으로 보급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시의 효과적인 보급은 물론 국민정서 순화운동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통영에서는 지방자치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사업의 하나로 이 고장 출신시인 청마 유치환을 기리는 청마거리 선포식을 가졌다. 통영시는 시내 신라누비 앞에서 통영우체국 제일칼라에 이르는 200미터 거리를 '청마거리'라 명명함으로 문학인을 기리는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통영시에서는 청마시비제막식, 청마문학상도 운영함으로 지방화시대의 문학적 향유는 물론 지방문화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김제 질마재의 시인 미당의 문학관이나 통영 항구의 청마의 거리는 이 나라 시문학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 아닌가.
이러한 모든 2001년의 시와 시단의 여러 풍요로움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새로운 세기의 중요한 디딤돌 구실을 할 것으로 본다.

◈ 筆者 :  <문학평론가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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