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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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의 관(棺)

2015.08.02 16:15

전주호 조회 수:316

                                                     (2004-09-19 07:21:50, Hits : 164, Vote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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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의 관(棺)
                                                        전 주 호


  서 선생이 운영하는 청소년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백두산 천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는 사진 아래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 앉아 서 선생 시어머님이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파킨슨과 치매를 함께 앓아 정신까지도 혼미해진 그녀. 칠순의 공주가 지금 말을 탄 왕자를 거꾸로 들여다보며 오랜 기억을 더듬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 자꾸 누워 있으시면 안돼. 금방 점심식사를 했으니까 책을 열심히 보셔야지. 아이, 정말 잘 읽네. 우리 어머니 정말 예쁘다. 이따가 어떤 이야기인지 내가 다 물어볼 거니까 이 일 끝날 때까지 끝까지 읽으셔야 해. 졸려도 주무시면 안돼. 아셨지?



-그래, 알았어. 이따가 이야기 많이 해줘야 해. 그런데 지금 그냥 자면 안돼? 알았어. 책 많이 읽으면 나 이쁜 사람이지?



  오십을 훌쩍 넘긴 둘째 며느리 서 선생을 어머니로 착각하는지, 칠순의 아가가 눈을 반짝이며 방실방실 웃는다. 그녀는 반쯤 굽혀진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다 말고 백설공주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놓쳐버린 기억들의 파편이라도 찾아낸 것일까?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일곱 난장이가 갖가지 꽃으로 꾸며 놓은 관 속에 백설 공주가 두 눈을 감고 누워 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듯 행복하게 웃는다. 검정 레자 소파에 갇혀 오늘 그녀는 백설공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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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숙 시인님, 안녕하세요?
우연히 시인님의 홈피에 제 시가 있는 걸 보고 시인님의 홈을 찾게 되었답니다.
제 시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의 가지를 제대로 잡은 것 같아 기쁜 마음에 제 시를 올립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좋은 시 많이 쓰시길 기원드립니다.
대전에서 전주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