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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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2015.08.02 16:20

전주호 조회 수:109


                                                            (2004-09-19 09:24:41, Hits : 168, Vote : 15)         



선인장

- 자식

           전주호




-얘야, 사람들은 저마다 넘어야 할
산과 강이 있단다.

하얗게 핀 목화꽃송이를 따 담으시며
할머니 내게 말씀하셨네.

하얀 목화꽃송이
머리에 눈처럼 쌓여갔네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녹아버릴 것만 같던 아찔한 날들

-할머니 전 매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학교에 가잖아요.

쏘옥쏘옥
목화송이 뽑아내듯
세월은 그렇게 뽑혀갔네

어젯밤 꿈속이었네
할머니 목화송이처럼 뽑혀 떠나신 그
자리, 그 자리에 내가 앉아
하얀 목화꽃송이를 빼내고 있었네

이제야 알겠네
숭숭 뚫린 목화깍지 속에
고여있는 우물 같은 날들을 들여다보며

내 안에
산이 있음을 보았네
깊디깊은 강이 있음을 알았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몸을 뚫고 커 가는 산
깊어지는 가슴속의 강

-얘야, 사람들은 저마다 지고 가야 할
산과 강이 있단다.

내 여윈 등을 뚫고
가시잎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