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2 16:21
(2004-09-19 09:26:56, Hits : 186, Vote : 17)
라일락나무 아래
전 주 호
붉은 벽돌 계단 옆
이제 막 배냇잠에서 깨어난 라일락나무 아래
칠순의 부부가 나물을 캐고 있다.
"아무거시나 다 먹는 게 아니랑께요"
"어허, 소가 먹는 건 다 먹을 수 있당께 그러시네"
쑥, 씀바귀, 밥주걱, 풍년초 외에도
이름 모를 들풀을 흔들어대며
칠순의 부부는
빠진 이가 다 보이도록 마주보며 합죽 웃는다.
"얘야, 그만 놀고 저녁 먹으렴"
어머니가 부르실 때까지
한 상 벌어진 소꿉놀이
뭐든 쓸어 담을 수 있는 이순(耳順)의 나이
여린 나물들을 다듬으며
한없이 어려진 노부부를 바라보는 오후
킬킬킬
라일락나무 아래, 정지된 작은 행복 속으로
나도 쓰윽 끼어 들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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