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월 / 헤르만 헤세
정원이 슬퍼하고 있다.
차갑게 꽃 속으로 빗방울이 스며든다.
여름은 그의 終末을 향하여
조용히 몸을 떨고 있다.
높은 아카시아로부터 나뭇잎이
금빛 물방울처럼 한 잎 한 잎 떨어진다.
여름은 놀라움과 고달픔에 겨워
죽어가는 정원의 꿈속에서 미소를 짓는다.
여름은 아직도 오래도록 장미꽃 곁에
그대로 머물러서, 휴식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피곤해진 커다란 두 눈을
살며시 감는다.
* * *
헤세의 문학을 좋아한다.
특히 바람소리가 行마다 스쳐 지나는
그의 방랑시가 좋다.
헤세의 [9월]은 가을이란 단어가 한번도 없음에도
어둠 없이 표현된 여름의 終末에서
웅장한 가을의 悲感이 묻어난다.
간결하면서도 기품 있는 언어,
결코 어둡지 않은 맑고 아름다운 언어만으로
독자의 가슴 제일 깊은 곳의 서글픔을 끌어올리는
그의 시적 세계를 나는 무한히 동경한다.
(그레이스)
(2002/9/19- 문학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