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홍인숙(Grace)
저물녘 바닷가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내 발자국
밤마다 모진 바람 속에서
달빛이 지켜주고 있었을까
남으로 피난 오던 새벽길
임진강 나룻배에서
핏덩이 이 목숨 지키셨던
나의 아버지처럼
이제는 내가
연약한 어깨 지켜드려야지
파도에 손가락 걸어 다짐할 때
젖은 달빛에 떠오르는 늙으신 얼굴
바치는 사랑만큼 오래 사신다면야
온몸의 실핏줄까지 모아
알뜰히 드릴 수도 있으련만
오늘도 외로우신 아버지, 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