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석 줄 단상 - 피장파장(07162022)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10장> 말씀이 페북에 올라 와 빵 터졌다.  
 
- 법을 들으며 조는 것은 꿈에 떡을 먹는 것 같고, 건성으로 앉아서 듣는 것은 그림의 떡을 보는 것 같나니라.  
 
법당이나 성당이나 피장파장, 그런 사람이 많다는 얘기렸다? 


 피장파장.jpg

  (사진 : 서상호)

 

95. 석 줄 단상 - 새 카톡 친구 + (07162022) 
 
올 3월 25일자로 돌아가신 아버님이 새 카톡 친구로 떴다.
정말 가슴에 번개치는 일이었다.
알고 보니, 생전에 쓰시던 전화 번호가 새 주인에게 이전되었단다.  

 
*** 올 3월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내 새 카톡 친구로 올라 왔다. 너무나 놀라, 누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프로필 배경 사진부터 범상치 않았다. “의료진 여러분, 응원합니다”란 글귀도 눈에 들어 왔다. 입원 7일만에 병원에서 코로나로 돌아가셨으니 이런 응원 글귀가 아버지와도 관계 없지 않았다. 본인 얼굴 사진 대신, 천상 세계인 양 구름 풍경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 사진 역시 아버지가 천상에 계시니 무관하지 않다. 마치, 천상에 계신 아버지가 내 소식이 궁금해서 찾아온 느낌이 들었다. 한국은 지금 오밤중. 아무리 궁금해도 전화는 걸 수 없는 일. 전화기 주인공이 누군지 단서를 찾기 위하여 입력된 오십 여덟 장 사진들을 모두 훑어 보았다. 번개 사진도 들어 있고 손흥민 사진도 들어 있었다. 어린이 손그림이 들어 있는 걸로 봐서 주인공은 젊은 엄마인 듯했다. 사진을 다 쳌업한 뒤 카톡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세요? 이건 저희 아버님 전화 번혼데?” 돌아가셨다는 말은 생략했다. 죽은 사람 전화 번호라 하면 불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답이 왔다. “아, 제가 새 전화기로 바꾸었습니다. 곧 차단하겠습니다.” 사연인즉 그러했다. 놀란 가슴은 가라앉았지만, 서운한 마음이 여운으로 남았다. 아버지 분신 같던 전화기가 아닌가. 아버지가 남기고 간 마지막 유품을 잃어버린 듯 허전했다. “아버지이~” 대답 못할 아버지를 소리내어 불러 보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어머님 돌아 가신지 10년이 지났어도 내 주소록에서 어머니 전화 번호를 지우지 못했다. 다시 한번 여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전화기를 두드리면 “그래, 우리 희서이가? 몇 시에 올 건데? 밥해 노으까?” 하는 어머니 음성이 되돌아올 것만 같다. 언젠가 유투브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올라 온 적이 있다. 전화 올 곳 없는 천애 고아에게 카톡 하나가 들어 왔다. “이번 추석에 다니러 올 거가?” 그 고아는 깜짝 놀랐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번엔 일이 바빠서 못 내려 갑니다. 다음엔 꼭 내려 갈게요.”하고 답을 띄웠다. 그 쪽에서 또 카톡이 왔다. “맛 있는 거 많이 해 놓을 테니 한번 댕겨 가라.” 그렇게 하여 두 사람은 카톡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되었다. 알고보니, 카톡을 보낸 주인공은 아들을 먼저 보낸 할머니였다. 그런데 치매기가 있어, 간병인이 아들은 이젠 없다고 그 사람은 진짜 아들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해 줘도 아랑곳 없었다. 본인 처지도 외로왔기에 그 고아도 할머니의 카톡을 받으면 아들같이 따뜻하게 대답하곤 했다. 드디어 약속해서 만난 그들. 자기 친아들이 아니라도 할머니에겐 상관 없었다. 대화를 통해서 정이 들대로 들어, 이미 친아들 이상이 되었다. 두 사람의 카톡 대화는 그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졌다. 외로웠던 두 사람에겐 서로가 윈윈게임이었다. 할머니는 천애 고아에게 자기 재산의 일부를 남겼다. 그는 끝내 그 유산을 받을 수 없다고 했으나 남은 자식들이 엄마의 유지라며 기어이 받게 했다. 이 유투브 이야기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먼저 앞세운 사람들의 전화 번호를 없애지 못하고 간직한다. 그 속에 있는 사자의 흔적을 보며 그리운 냄새를 맡는다. 사진과 동영상, 녹음된 목소리, 주고 받았던 일상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 받는다. 눈물이란 성수로 그리움을 씻어 낸다. ‘님은 떠났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고 애소하는 한용운 시인의 심경이다. 그러면서 또 하루가 간다. 여일은 짧아지고 다시 만날 날은 가까워 온다. 죽음 이후의 재회는 산 자가 지닌 유일한 희망이요 위로다. “아버님, 어머님! 다시 뵈올 때까지 부디 천상복락 누리시고 안녕히 계세요.” 옷깃을 여미며 새 카톡 친구로 찾아오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안녕을 고했다. 

 

새 카톡 1.jpg

새 카톡 2'.jpg

 


 
(사진 : 새 주인 카톡 사진 중에 모셔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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