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8 16:51
임지호를 떠나 보내고 연선 – 강화식
벌레 먹은 잎을 보면서
‘벌레가 글을 썼다’ 얘기하고
한국음식을 한 상 차려놓고
‘하늘을 감동시키는 자연이 한식’이라고 했다
함초를 사랑하고
보석 같은 함초와 잘 어울리는 보석인 사람
하늘이 낳은 솜씨 좋은 사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더 따뜻한 사람
들길 따라 무궁무진한 식물들로 음식을 만들고
그릇에 그림을 그리며 예술을 담는 사람
산소동화작용과 빛의 광합성으로 자라는 들풀들의 세계를 알려주고
몸에 좋은 재료를 선별해서 궁합과 조화를 섞어 만든 음식을
어머니들에게 대접하며 함께 그리움을 버무리는 임지호
난 당신의 솜씨를 눈으로 보며 매일 숨을 쉬었어요
난 당신의 음식을 먹었으면 병을 고쳤을 거예요
난 당신의 철학이 깃든 얘기를 들었으면 아프지 않았을 거예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짝사랑하면서 지금까지 버텼는데
같은 해에 태어나서 건강하게 살았던 사람이 먼저 갔다
바스락거리는 몸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진다
무슨 힘으로 남은 삶의 눈금을 채워가야 할까?
*임지호(1956-2021년 6월 12일) – 방랑식객, 자연요리사
저서 –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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