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9 18:46
불행은 전염되나? 연선 – 강화식
빠른 행동과 당당함은 어디 가고 대궐 같던 집은 자꾸 작아져 갔다
모든 가족을 미국으로 초청해줘 새 길을 열어준 사람
친정 식구 한 명 없는데 언니처럼 진한 대화를 나눴고
유별난 성격의 남동생 보다 언제나 내편이 되어줬던 둘째 시누
AB형 일 꺼야, 함축된 단어 속에 솔직함을 전해줬던 유일한 시댁 식구
동생의 어긋난 생활패턴으로 어머니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미안해’ 로 단절된 침묵의 시간…..참 오래 갔다
남아선호를 미국까지 데려와 딸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애지중지 키운 18살 아들이 혀 암에 걸려 무너진 마음도 잠시
다시 암에서 해방시킨 위대한 엄마였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죽음 직전까지 돌본, 숭고함을 갖은 여인
에너지가 방전되자 요양원으로 간 남편, 자신은 병원치료를 포기하고
기미와 검버섯만 보이는 얼굴과 반쪽이 된 몸으로 집에 온 날
시금치 나물과 물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LA 에 살았으면 동백김치라도...안타까운 마음이 목 젖을 흔든다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올 무렵 전화기 너머로 두 번째 ‘미안해’
‘상처 주는게 아닌데…조심해, 00엄마도 스트레스 많이 받고 살았잖아’
서로 울먹이다가 침을 한 번 삼키고 실 날 같은 목소리를 모은다
‘나 지금 죽으면 안돼, 내 아들 누가 돌봐, 그래서 더 살아야 돼, 기도해줘’
동아줄에 아들 이름을 매달고 지상에서의 마지막 주문을 했다
희생과 노동으로 바꾼 간병의 역사가 가늘어 지다가
아들은 4번의 수술로 투병 25년이 되던 2021년 9월16일
둘 째 고모는 췌장암으로 7개월 시한부 삶을 마감했다
지루한 고통의 터널을 자르고 아들에 대한 미련도 털고
편안한 모습으로 영원한 안식을 향했다
텅 빈 하늘에 빛 진 자의 눈금 하나 또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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