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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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집으로 가는길

2024.08.12 13:14

조형숙 조회 수:24

집으로 가는 길
5번 Free Way를 따라 Hollywood Forest Loan으로 차를 돌린다  
묘지 가까운 도로 줄지은 텐트 아래  양동이에 담긴 꽃 파는 사람들
언제인가  샀던 한 다발 겉만 싱싱한듯 속은 시들었던 생각 그냥 지나쳤다
묘지 꽃집도 지나쳤다 스치는 바람이 익숙한 조금  비탈진  곳으로 올라갔다
지난 번 꽂았던 작고 탱탱한  붉은 장미는 어떨까  아직 시들지 않았을까
여름 화병의 물은 증발이 빠르다 장미는 아주 예쁜 Dry  Flower가 되어 있었다 
 
이웃에 장례가 있어 많은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서 떠난 자를 기억한다  
사진이 둘이다 궁금증이 일어 살짝 묻는다 "왜 사진이 둘 이지요?"
사랑하는 삼십 초반의 두 사람이 결혼식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단다 
두 사람이 함께 먼 길을 떠났다 추모객이 많은 것을 보아 잘 살았었나보다  
이별잔치 하는 손님들의 눈길을 피해 얼른 자리를 떠나 주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랐다
 
하늘은 구름 한 점 띄우지 못하고 서러운 이들의 슬픔을 내려다 본다
같은 날에 떠나자고 외치는 어느 록 가수의 노래가 떠오른다
"내 사랑에 세상도 양보한 널 나 끝까지 아끼며 사랑할께
약속해줘 서로만 바라보다 먼훗날 우리 같은 날에 떠나"
 
싹도 없이 반쪽꽃*이 되어버린 허다한 사람들 
하늘과 땅으로 헤어져  다시 만나 온전한 꽃이 되려는 애닯은 기다림  
같은 날 함께 길 떠나는 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것이려나
 
누구라도 기쁘게 살다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모두는 영원히 함께 할 집으로 가는 길에  서있다 
 
 
 
   *반쪽꽃:사이판 타포차우산 정상 전망대에 반쪽짜리 꽃. 꽃잎이 5. 꽃 두개를 따서 겹치면 10잎의 완전한 꽃이 된다. 
신기하게 반으로 딱 잘라놓은 듯하다. 꽃말은 영원한 솔로. 반쪽꽃에 얽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정해준 스페인 장교를 마다하고  병사 차모르를 사랑해 결국 죽음을 선택한 두 사람
윤기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고 두려움 없이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려 꽃이 되었다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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