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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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그러니까 너는

2024.10.16 15:44

조형숙 조회 수:27

피아노의 신동이라 불리웠던 사람
39살 요절하여 세상이 안타까웠던 그 날
잿빛구름 가린 하늘 낮달은 해의 등에 업히고 새들 모두 사라졌다
 
곱슬곱슬 긴 머리카락 온화하고 부드러운 얼굴 언제나 꿈을 꾸는 듯  
악과 선의 갈림에서 선을 택하게 하는 편안한 선율 
따사로운 봄날 19개의 우아하고 경쾌한 왈츠곡 기쁨의 뭉게구름 춤춘다 
 
그늘지고 시원한 초원의 잔디 위 마음을 새롭게 하는 서정의 음계 
태양이 스미는 아랫 골짝 거센 물 씻겨 내려와 
폭풍과 맞서는 건반의 힘찬 마주침 숨통을 틔운다 
 
가을 숲 비오는 소리 사스락 사스락 애처로운 떨굼
빗방울 빠르게 잎새 함께 손잡고 내려 온통 갈잎의 행렬
비 사이로 온화하게 떨어지는 건반 어둠속에서 빛을 찾는 시간
 
너의 감성 깊이는 어디까지 내려가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야
사랑했던 조국 폴란드의 국보 제 1호  '혁명'으로 애국을 노래했고 
 '이별의 곡'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으로 떠나는 여인을 절규했다  
벅찬 열정 안으로 싸매고 조용히 차분하게 건반을 두드린 절제의 사람 
 
흰눈 쏟아지는 골목길 하이얀 선율 살며시 스며들어 너와 걸으면 
난 온통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사랑에 빠져 버려
한잎 또 한잎 꽃송이 어깨에 내리면 그 따사로움에 추위도 저 멀리 
폭풍 심하여 눈갈기 뺨에 스치면 너를 잃을까 사방을 살피며
걸어도 걸어도 길지 않고 멀지 않은 길 길 길 
 
21개의 녹턴에 빠지면 난 너를 헤어나지 못해 
나뭇가지 사이 저쪽에서 오렌지 빛 비춰오면 하늘로 화려한 비상 
듬성듬성 눈위로 반짝이는 조각난 땅들 사이
음계가 모여 명상의 춤을 추다가 시간의 퍼즐로 제자리 찾는다
 
그러니까 너는
 
피아노로 나를 유혹하여 네게로 가까이 오게 하고
나의 사계를 모두 비집어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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