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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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천 이야기

2024.09.25 17:07

조형숙 조회 수:42

2023년 2월은 특히 다른 해 보다 비가 많이 왔다. 자꾸 비가 온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박권사는 슬프고 외롭고 남편이 보고 싶어 심장이 찢어진다. 마당의 잡초를 뽑다가도 풀을 두 손 가득 움켜쥔 채 하늘을 올려다 본다.  "여보! 당신이 없는 나 어떻게 살아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많은 날을 하늘도 울고 박권사도 울었다. 세찬 빗물에 눈물이 씻겨져 내려갔다
 
두 달 전 월요일 오전 10시경 남편과 함께 있던 사무실에서 잠간 나왔다 들어가니 남편 장로님이 책상 옆에 엎드려져 계셨다. 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911을 부르고 병원으로 갔다.  호흡기 부터 끼우고 나서 심장닥터가 첵업하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심장마비가 왔다고 했다. 동맥3개가 100%, 80%, 60% 가 막혔다고 했다.  밤 10시 임종예배를 드리고 호흡기를 떼었다. 새벽 3시에 의사로부터 사망진단이 내려졌다. 남편은 한 마디 작별의 말도 없이 가셨다. 그날은 낮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밤에도 그칠 줄 몰랐다. 박권사는 비가 그렇게도 퍼붓던 날 남편을 보냈다. 장의사에 연락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5시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 옆에 남편이 웃으며 서 계셨다. 방구석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았다.  방에도 계셨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의사는 호흡기를 떼기 전 식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했다. 박권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이 다 였다.  딸이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하세요."  장남은 "아빠 못하신 것 제가 다 할게요. 어머니 걱정은 하지 마세요."  든든했다.  아들은 해결할 모든 일을 맡아 총지휘 했다.   5학년 손녀 딸은 특별하게 할아버지를 따르고 좋아했었다.  아이가  말했다.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할아버지 살려내고 부활 시킬거에요"  철없는 소리 같지만 얼마나 할아버지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큰아들이 와서 한 달을 함께 살다가 돌아갔다. 주일이면 교회에 모시고 와서 예배를 드렸다. 딸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드린다.  막내는 마켓을 모시고 간다.
코비드로  쉬었던 성가대로 복귀한 박권사는 다시 시작한 첫 날 성가대를 마치고  소리내어 울었다. 어깨가 많이 흔들리고 소리는 커져갔다. 남편과 함께 하던 성가대에 혼자 서는 외로움과 보고 싶음이 있었을테고, 오랜만에 부르는 성가대의 찬양에 감동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하나님께 감사하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비오는 주일, 교회에서 만난  박권사의 얼굴은 슬퍼 보였다. " 장로님은 좋은곳에 가셨으니 울지 말아요."   그러나 어떤 위로도 슬픔을 덮을 수는 없었다. 
 
장로님은 편안한  길로 가셨다.  살아 계실 때 부터 늘 죽음을 준비 하셨다. 폐가 나빴던 총각시절에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병원에서 많은 병상 체험을 했고  수술을 거부하고 첫번째 죽음을 준비 했던 분이다. 하나님을 만나 거듭난 인생을 살기 원했다. 그리고 평생을 두번째의 죽음을 준비 하며 사셨다. 길을 걷다가 심장이 아프면 가만히 서 있다가 다시 걸었다.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하나님의 뜻에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80년 이상을 사셨다.
 
박장로님 부부는 별다른 고비없이 55년을 원앙같이 살았다. 부부는 성품이 깔끔하고 신앙심이 돈독하여 모든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사셨다. 두 분이 꼭 붙어 다녔다. 남편은 자기의 일을 하면서 아내의 일도 도맡아 도왔으니 두 몫을 살아낸  셈이다. 박권사도 홀 시어머니에 외아들인 장로님을 정성껏 모셨다.
 
그리스도인이 지켜야 하는 일이 많으나 그 중 제일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믿음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담당했기 때문에 우리는 죄사함을 받았다. 거기에 영생까지 허락 받았다.  우리는 사나 죽으나 다  주님의 것이다.
장로님이 살아온 생애는 아름다웠고 떠나는 죽음의 순간도 아름다웠다. 떠나 가실 때까지  '사랑의 전화'에서 상담을 하셨다. 불쌍한 사람들의 길라잡이가 되어 영혼을 구하는 일에 전심을 다 하셨다.  성품은 언제나 바르고 곧으셨다

*'바울이 날마다 죽는다'는 것은 천국을 매일 생각하고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매일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함께 죽는 것이다. 보람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장로님도 바울처럼 그렇게 살다가 가셨다.

 

이 글은 2024년  미주문학 여름호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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