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9 00:07
바깥이 궁금한 사람에게
전희진
쏟아지는 어두운 생각들을 잠급니다
어둠의 조각들이 근처 나뭇가지에 잎들에 매달렸어요
나무가 어두워져요
문장이 되지 못한 생각의 비문들이 바람에 팔랑거려요
팔랑이는 잎들의 귀는 밖으로 열려 있어서
가도 가도 만나지 않을 빗소리만 들립니다
평행선 길을 사이에 둔 목침처럼 나는
그 위에 팔랑 누워봐요 철길의 마음이 되어봐요
오늘도 생각의 바깥에 앉아 어둠이 유리컵처럼 깨지는 걸 지켜봤습니다
나는 모처럼 안에 있는 사람 안사람 안 사람
나는 안쪽으로 찌그러진 상자일까요 만약 내가 사람이라면,
입 안의 풍선껌처럼 부풀어올라 주저앉을 일만 기다리는,
내가 바지라면 안과 밖이 있을텐데
나의 앞에는 콘크리트 같은 어둠
아주 가끔이지만 바깥을 나가면 마음이 조급해져요
플래시같이 터지는 빛 때문에 눈을 찡그리게 돼요
빛의 조리개 속에 드러나는 바깥은
제라늄의 붉은 상처
플라타너스의 여름폭풍이 할퀴고 간 폐허
빌딩을 세우고 있는 것은 언제 갈라질 줄 모르는 금 간 허물
닫혀진 문의 코앞에서
코를 박고 있을 어둠, 킁킁거리다가 차차 모서리가 닳아 없어질,
문 앞에 꺠진 나의 유리컵을 내놓습니다
시집 <나는 낯선 풍경 속으로 밀려가지 않는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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