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

2012.07.14 03:11

정용진 조회 수:644 추천:85

나의 연인 융프라우 / 정용진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을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칠순을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의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혔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아! 아!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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