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
2012.07.14 03:11
나의 연인 융프라우 / 정용진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을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칠순을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의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혔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아! 아!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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