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9 10:15

떠나는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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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 오고 흰 구름 높이 뜨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정을 말해 두어야지
이웃에 진 빚 갚고
오래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찾아 보아야지

이별은 하나의 맺힘
조용히, 미소를 남기자
겨울 나뭇가지에 머무는
매마른 말들을
하나하나 풀어야 하는
여행은 운명에 대한 사랑

비오는 밤에 들을 지나고
석양에 눈 덮인 산을 넘어
살어름 풀리는 강가에 이르면
정과 운명에 대한 노래를
그리운 사람에게 띄워야지

오늘은 가방을 다 비우고
헌옷 한벌과 땀 냄새를
유월의 보리밭에 가득한 태양과
사랑하는 이의 살 냄새를
그리고 친지들의 주소록을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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