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in the Trees

2005.01.20 06:20

김혜령 조회 수:312

Italo Calvino[-g-alstjstkfkd-j-]나무 위의 남작.
열 두 살의 나이에 식사도중 문득 이해심 없고 권위적인 부모와 가족들이 만들어내는 숨막히는 분위기에 반항, 나무로 올라가 다시는 땅에 발을 딛지 않은 남작의 이야기.
그는 나무 위에서 연애를 하고 공부를 하고 결투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적어 출판하기도 하고 유명한 학자들에게 서신을 보내기까지 한다.
작가는 그렇게 나무 위로 올라간 소년의 일생을 통해, 책 속에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채워진 멋진 숲을 만들어 놓았다.
글을 쓰는 창작행위에는 창조자와 편집자의 역할이 함께 한다고 한다. 상상력을 타고 마구 달려나가려는 창조자와 그 상상력을 알맞게 재단하려는 편집자. 그 둘의 역할분담이 제 때에 적당한 비율로 이루어져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시시콜콜 따지기 좋아하는 상식적인 편집자의 결박으로부터 풀어져 숲과 벌판을 달려가는 상상의 힘 때문에 즐거웠다. 때로는 나뭇잎 사이에 얼굴을 묻고 때로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 하늘에 멋대로 그림을 그리며....
책을 읽다가 갈피에서 떨어진 영수증을 보니, 이미 십년도 전에 구해 놓은 책이었다. 그때 책방의 어느 서가에선가 이 책을 보고 그 표지만으로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종종 내 안의 편집자를 따돌리고 달아나고 싶다. 내 안의 젊고 싱싱한 상상의 말을 찾아 그의 갈기를 마구 흐뜨리며 기세좋게 대기를 가르며 달려가고 싶다. 내가 달려갈 수 있는 데까지. 그렇게 신나게 가고 싶은 대로 달려가면 왜 안되는 거냐고, 내 안의 편집자에게 억울한 목소리로 묻는다. 눈가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어쩌면 겉늙었는지도 모를 편집자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려면, 그 말을 날마다 때 거르지 않고 부지런히 먹이고 씻기고 운동시켜야지. 아, 결국 어느 날의 신나는 질주를 위해서는 따분한 반복의 힘을 믿고 키울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상식과 습관의 튼튼한 반석 위의 상상력.  
하지만 내 안의 말이 튼튼히 자라 맘껏 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남작의 얼굴을 잊지는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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