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lein is Sleeping
2006.07.14 07:39

Sarah Shun-Lien Bynum[-g-alstjstkfkd-j-]이 소설은 끊임없이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간다. 아니 꿈과 꿈 사이를, 어쩌면 그냥 생각 속을, 토막난 상상 사이를 오간다. 매우 새롭고 저돌적이기까지 한 시도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 때부턴가 내가 알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해 버렸다. 줄거리를 이해하고 구성을 이해하며 이것과 저것이, 꿈과 현실이, 이 토막과 저 토막이 맞아 떨어진다, 이렇게 열쇠와 자물쇠가 되어 들어맞는다, 라고 말하고 싶은 소설 독자로서의 흔한 욕구를 이 소설은 처음부터 무시해 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 욕구를 폐기처분하고 난 뒤에 이 소설은 훨씬 재미있어졌다. 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가, 무슨 의도인가, 그런 생각을 집어치우니 읽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런데도, 그런 모든 욕구를 무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읽기가 재미있고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아름다우나 결코 감상적이지 않은 차분한 문장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토막난 상념 속에 들어찬 인간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현실적"인 이야기나 꿈만으로는 표현해낼 수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이, 꿈과 현실, 꿈과 꿈 사이, 상념 사이의 혼동 속에서 가장 적절히 표현되어진 때문은 아닐까. 인간 정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영역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어느 새 이 책을 사랑하고 있는 듯 싶다.
꿈에도 현실에도 머물지 않는, 온전한 귀속을 거부하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인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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