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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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가을 별자리 {페가수스자리]

2019.02.22 02:58

kimtaeyoung 조회 수:101

        가을 별자리 페가수스 자리


                                                     *포세이돈의 사랑이야기 김태영


       가을 밤하늘에 마치 연이 떠있는 것처럼 네모난 얼굴에 세 개의 발을 달고 떠있는 별이 있어요.

 바로 페가수스 자리 입니다. 페가수스는 먼 옛날에는 바닷가 조그만 마을에 홀어머니와 살던 처녀 메두사였어요.

       “이 세상에 너처럼 예쁘고 맘씨 좋은 처녀는 없을 거야. 보석을 산만큼 준다 해도 안 바꾼다. 아이고 내 새끼! 나는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다.” 메두사의 어머니는 딸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남편이 일찍 죽고 딸 하나만 의지하고 살았거든요.

  실제로 메두사는 목소리도 곱고 허리가 가는데다 특별히 긴 머리카락은 저녁노을처럼 오렌지 빛깔이었어요.

        햇빛 아래 메두사가 걸어가면 머리카락이 출렁거리는 황금 물결과 같았어요. 솜씨도 좋아 갈대를 꺾어 바구니도 만들고

모자도 만들어 나누어 주기를 좋아했어요. 조개껍질을 모아 귀걸이나 목걸이를 만들어 자기 몸을 치장하고 다녔는데 걸을 때마다 짤그락짤그락 소리가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했답니다. “나하고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날 메두사가 무심코 던진 돌팔매에 맞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마치 사랑의 화살을 맞은 듯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오늘은 꼭 사랑을 고백 해야지. 꼭. 꼭. 꼭.” 날마다 아침마다 결심을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망설일 뿐, 해가 지고 나면 내일로, 내일은 언제나 또다른 내일을 달고 오기 때문에 오늘 하지 못한 일은 늦어지기만 하는 것이 었어요. 내일 다음에 또다른 내일이 있다는 사실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도 모르는 어느 날 이었어요. “저것 봐. 저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도 더 아름답구나. 당장 나가서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승낙을 받아 내야지. 다른 신들이 결혼하기 전에 서둘러야 해.

         잘 생긴 나라면 만족하겠지. 자 나간다! 하나. 둘. 셋!” 드디어 그는 눈을 꼭 감고 물 밖으로 펄쩍 뛰어 올라 메두사 앞에

 짜잔! 나타났지만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요. “어머나! 징그러워 무서워! 이게 뭐야?” 뒤로 나자빠져 버둥거리며 물컹거리는 물 곰을 본 메두사는 질겁을 하며 도망치려 했어요. “가지 마세요. 아가씨! 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입니다

. 메두사. 당신을 사랑해요. 제발 결혼해 주세요.” “호호호….거짓말도 잘 하시네. 포세이돈? 어찌 너 같은 못난이가 포세이돈이라고?” 메두사는 가는 허리가 부러지도록 웃고 또 웃었어요. 물 곰은 털 달린 곰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닌, 그저 물컹물컹한 크고 둔한 몸뚱이에 대추씨같이 작은 눈, 빳빳한 수염이 두 개, 쭉 찢어진 입, 짧고 못생긴 넙적 발에 물갈퀴 그리고 거무튀튀한 등짝에

 모래 범벅이 되어 그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이럴수가? 포세이돈은 너무나 창피해서 뒤뚱뒤뚱 거리며 물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어요.


          며칠이 지나 갔어요. 메두사는 조개껍질로 팔찌를 만들고 있었어요.

         “아가씨! 메두사 아가씨!” 누가 등을 툭툭 쳐서 뒤돌아보니 발이 여덟 개나 달린 커다란 문어가 물에 젖은 대머리를 번들거리며 서있었어요. 어떤 기쁨과 약간의 수줍음 때문에 그 얼굴이 가을 볕에 잘 익은 알밤 같이 빨간 색깔 이었어요.

           “아가씨 포세이돈이 다시 왔어요. 결혼해 주세요. 자 보세요. 멋있지요?” “네가 정말 수많은 아가씨들이 사랑하는 포세이돈이란 말이냐? 게다가 나를 사랑 한다고? 하하하 호호호…………” ”그래요. 아가씨. 아주 오래 전부터.”

          “자기 몸을 한 번 보고 말을 하세요. 거짓말도 좀 비슷하게 해야 믿어주지.” 그때서야 포세이돈은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여덟 개를 내려다 보고는 질겁을 하여 물속으로 허우적허우적 숨어버렸어요. “진짜 웃긴다. 참 재미있는 바다의 신이야.

 나 심심할까 봐 장난을 치는가 봐.” 천성이 착한 메두사는 명랑하게 웃을 뿐이었어요

         . “뭐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멋진 내 모습을 메두사한테 보여주려 했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문어라니?

이젠 날 믿지 않겠지? 아 속상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기운을 내세요. 바다의 신이 못하는 게 무엇이 있다고 그깐 일로 속을 끓여요?” 바다에서 제일 작은 물고기의 위로를 듣고 포세이돈은 다시 용기를 냈어요. 잘 생긴 청년의 모습으로

         “ 오늘은 성공이다!” 소리치며 하얀 물기둥을 일으키며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어요. 마침 메두사가 엄마와 함께 물고기를 말리고 있었어요. “하하하 장모님! 날씨도 좋군요. 물고기 말리기엔 딱 좋지요.” “다, 당신이 지금 말을 했나요?”

           “그렇습니다. 사위 포세이돈이 왔습니다. 하하하. 딸과 결혼시켜 주십시오.” “결혼 이라니? 이런 뻔뻔스런 것을 봤나?

 이렇게 예쁜 내 딸을 너 같은 해마 따위가 결혼 신청을 하는 거냐? 썩 꺼지지못해? “ 딸 자랑하며 살던 엄마는 남이 볼까 창피해서 자꾸만 해마를 물 쪽으로 밀고 갔어요. 포세이돈은 또 자기의 모습이 말의 얼굴에 몸뚱이는 악어 꼬리, 사람의 안짱다리를 하고 서있는 괴물인 것을 알아차렸어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았어요

            . “메두사! 주문이 잘못되었을 뿐. 나는 포세이돈 이랍니다. 당신은 믿지요? 사랑해요. 메두사.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당신만을 사랑할께요. 오 메두사 결혼해 줘요.” “음 그러면 그러니까 저.” 너무 간절한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메두사가 무엇을 물어 보려고 장미 빛 입술을 오물거릴 때였어요. 나쁜 소문이 퍼질까 봐 엄마가 불에 달군 모래를 확 뿌렸어요.

              “아악! 내 눈! 내 눈! 장모님. 아 메두사 도와 줘요. 눈이 아파요.” 그는 펄쩍펄쩍 뛰다가 물가로 가서 눈을 씻었으나 소용 없었어요. “미안해요. 포세이돈. 아 어쩌면 좋아요. 빨리빨리 의술의 신을 불러요.” “오 내사랑 메두사 당신이 날 포세이돈이라 불렀소? 고맙소. 믿어줘서. 내 당장 의술의 신을 찾아가 눈을 고치고 돌아올 테니 기다려줘요. 사랑해 나의 메두사.” 포세이돈은 피눈물을 철철 흘리며 기다려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어요. 조금만 늦게 가면 눈은 영영 장님이 될 것 같았어요. “빨리 다녀 오세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포세이돈! 꼭 기다릴께요.” 돌아와서 결혼 하기로 약속을 하고 떠나는 포세이돈을 향하여 메두사는 손을 흔들었어요.

              달콤한 꿈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포세이돈을 짝사랑 하던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메두사를 내려다 보며 사납게 부르 짖었어요. “그렇게 방해를 했건만 아직도 결혼을 하겠다고? 흥! 눈까지 멀 뻔 했잖아! 에이잇! 머리카락이 모두 뱀으로 변하여 괴물이 되어라 야이잇! 스따스따 스스꿍.” 한줄기의 무서운 회오리 바람이 메두사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바람이 멎고 메두사는 흉측스러운 뱀의 머리카락을 달고 모래밭에 엎어져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신이시여 용서 하소서 제가 포세이돈을 몰라보고. 잘못 했어요, 용서하시고 마법을 풀어 주세요. 아이고 아가! 불쌍한 내 새끼 어미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자기 땜에 벌어진 재앙에 땅을 치며 통곡하는 엄마 곁에 수 백 개의 뱀의 머리를 가진 딸은 수 백 개의 시뻘건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엄마 쪽으로 미끄러져 왔어요. 기겁을 한 엄마는 그만 도망치다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답니다.

              건강하고 잘 생긴 모습으로 돌아온 포세이돈이 메두사 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온 몸을 비비 꼬며 먹을 것을 찾고 있었어요. “메두사 누가 당신을…..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도 우린 결혼해서 행복하게 아 메두사 나도 다른 신의 저주는 풀 수가 없답니다. 미안해요. 내 사랑! 좀 더 일찍 더 일찍.”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안녕히 가세요. 미안해요. 이젠 늦었어요.” 포세이돈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 더 서 있을 수조차 없었지만 메두사가 사랑을 고백할 때 마다 수 백 개의 입에서 쉿쉿 징그러운 소리가 쏟아지니 달아날 수 밖에 없었어요. 

            세월이 흘러 포세이돈이 카시오페아를 혼내주기 위해서 괴물 고래를 에디오페아로 보낸 일이 있었어요. 페르세우스가 하필이면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괴물 고래와 싸우게 되었으니 포세이돈의 슬픔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지요. “ 오! 메두사! 당신의 그 처참한 모습을 하필이면 내 바다에서 다시 보다니…..”

           바다에 메두사의 피가 새빨갛게 퍼질 때 포세이돈은 눈물을 흘리며 물결을 어루 만졌아요. 이 때 향기로운 향기가 바다 가득 퍼지는 것이었어요. 포세이돈은 새하얀 물거품을 일으켜 향기를 에워 싸게 한 다음 안개꽃을 만들고 춤추듯 손을 휘저어

 한 마리 새하얀 말을 만들었어요. 마지막으로 날개를 달아 주었어요. 이리하여 눈처럼 새하얀 백마 페가수스가 탄생 했던 것입니다. “내 사랑 메두사. 당신은 땅 위의 작은 풀꽃에서부터 하늘의 신들까지 사랑할 것이며 일생을 사랑 속에서 노래하며 최상의 기쁨을 맛보며 살게 될 것이오. 오! 영원한 나의 사랑!”

         페가수스는 포세이돈의 사랑 속에서 성큼 하늘로 날아 올랐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청순하고 행복해 보였던지 신들도 사랑하여 신들만 사는 올림포스 신전에 살게 해주었어요.

         인간 세상에서는 시인과 예술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키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어요. 결국 메두사는 다시 태어나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영물이 되었지요. 나중에 이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신들의 왕 제우스도 들었어요. 그도 감동을 받아 페가수스를 별자리로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늘에 걸어 두었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