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7 18:21

사람의 손 때

조회 수 208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세벽 예배 후 매일 규칙적으로 공원을 산책한다. 우리 동네는 야생 짐승들이 무척 흔하다. 자연 생태계 보존 필드(Marsh)기 한 블락 건너에 있기때문이다. 꼬리가 몸통 보다 긴 다람쥐들이 누런 잔디색에 회색스러운 색깔들을 약간 띄우고 공원 바닥을 기는듯 통통 튄다. 아침에 걷기를 시작하면 잔디밭에 있던 이 작은 가족들은 나무 밑으로 도망가곤 했는데 다람쥐를 선두로 까마귀와 새들, 오리와 펠리컨등 도망가는 것이 고작 그들의 유일한 무기처럼 보였다. 귀여워서 처음엔 먹이를 주며 장난삼아 쫓아가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재미로 하지만 약자인 그들은 생명을 건 줄행랑이려니 생각에에 미치자 눈길만 주고 걷기만 한다. 그 날도 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지나 풀섶으로 걸어가는데 길 옆 풀밭 위에 오리 한 마리가 보였다. 어느 정도 거리가 되면 도망가려니 했는데 내 얼굴만 쳐다보며 움직일 기색이 아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쳐다 보아도 부동자세였다. 문자 그대로 그 까맣고 똥그랗게 뜬 놀란 눈으로 나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며 떨고 있는 눈치였다. 순간 나는 보았다. 본능적으로 도망가고자 하는 두려움과 함께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절절한 그 무엇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와 닿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 죽이며, 땅만 내려다보고 하루 운동치만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 때 맞게 온 손자를 유모차에 태워 급히 다시 가 본 그 자리에 오리는 없었다. 오리가 어디 아펐었나, 웬일인가 궁금해서 그 둘레를,그가 앉았던 자리를 살펴 보았다. 처음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아- 체온이 아직도 따뜻한 그리고 여기 저기에 검부랭이 속에 있는 피같은 게 묻어있는 알 두 개, 산고를 겪고 있었구나! 그래서 먹이를 줘도 한눈도 안팔았구나 싶어 땅 속 작은 웅덩이 굴에 까지 애미 오리의 체온이 남아있는것 같았다. 불쌍한 것! 모성을 쏟아 알을 산고를 겪고 있었구나, 도망가지도 않고 나만 쳐다보더니... 살짝 들여다 보고는 예전과 똑 같이 덮어 놓았다. 이튿날 호수 옆으로 갔다. 어떤가 궁금해서 나가보니 놀랍게도 작은 보금자리는 비어 있었다. 인간의 손때를 버리고 밤새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사람냄새 피운 걸 사죄하고 싶었다. 두려움에 찼던 그 눈은 위험을 감수하며 생명을 지키는 자기 희생이었다 생명질서를 목격한 그 감격! 모든 생명체의 보존 본능이 귀하게 다가왔다. 오리의 원정출산이 내 발걸음을 깨달음으로 몰고 간 것은 선물이었다.


------사랑은 ---------- 그의 밝음이 어둠 속에 있는 나를 끌어 낸다 그의 웃음이 울고 있는 나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의 기쁨이 나의 고통의 무게를 덜어준다 그의 온전함이 방황하는 내 영혼을 어루만질 때 가만히 소리 없이 안아 주는, 천하가 변화되는. 저 놀라운 힘을 보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만져지지 않는것을 믿는 깨달음과 느낌이 감응되는 이 떨림과 감격 사랑은 가장 신비한 것 그의 바탕.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0 장영희 문학강의 참석 감사드립니다 김영교 2006.01.06 406
229 그리움으로 김영교 2005.10.29 106
» 사람의 손 때 김영교 2005.10.27 208
227 행복의 주인공이 되려면 이민자 2005.10.23 112
226 원고청탁편지 김영교 2005.10.15 131
225 윤모 김영교 2005.10.15 96
224 나무 김영교 2005.09.25 63
223 장수를 위한 열가지 습관 김영교 2005.09.25 76
222 밑바닥에서 우뚝 서기 고아의 편지 2005.09.15 160
221 가을사랑 남정 2005.09.12 96
220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원칙 데일 카네기 2005.09.09 106
219 삼경차(三經茶 고아의 편지 2005.09.08 293
218 밝은 미소 듬뿍 안고 온 ( 미미 박 편) 나암정 2005.08.27 152
217 산 사나이에게 폭로한 이 부실함. 김영교 2005.08.25 127
216 어느 시인 신발에 달린 바퀴 (구자애시인께) 김영교 2005.08.25 395
215 꽃동네 소식을 담아(8월 20, 2005)* 김영교 2005.08.25 139
214 인생의 지도 고아의 편지 2005.10.03 86
213 하루하루 김영교 2005.08.15 81
212 사진반에서(편지) 김영교 2005.10.04 92
211 그곳에 가면 김영교 2005.10.08 80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30 Next
/ 3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2
어제:
16
전체:
648,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