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껏 살자…조정래
내가 좋아 하는 말 중에, “모든 진리는 반쪽 진리이며, 전적인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악마나 하는 짓 (All truths are half truths. It is the devil that claims the whole truth)”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 해도, 진리를 통째로 담을 수는 없으며, 진리의 그 역(逆)도 또한 진리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모든 진리는 역설적(逆說的) (All truths are paradoxical)”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가령 예를 들면, 옛 선인들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하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다가도,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 보지도 마라”하며 현실에 순응하는 지혜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인류의 눈부신 문명의 발전은 불가능에 도전한 용기있는 사람들 덕분이겠으나, 그 이면에는, 분에 넘치는 허황된 욕심을 부리다가 아까운 인생을 낭비하고 실패와 좌절속에 인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나는 오늘 “분수껏 살자”는 제목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너무 분수를 지키느라, 창조적인 상상력과 희망, 용기가 질식되어서는 안될 것이나, 하늘이 맡겨준 자기 분수를 깨닫지 못한 채, 허황된 욕심을 부리다가 실패와 좌절의 고통만 안은 채 이 세상을 떠나서도 안될 일이다.
하루는 유치원생인 개구리가 집으로 오다가 목장을 지나게 되었다. 개구리는 목장에 있는 큰 황소를 보았다. 개구리는 황소의 엄청난 덩치에 기가 질렸다.
그 개구리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아빠 개구리에게 황소를 만난 얘기를 했다.
“아빠, 집에 오다 황소를 만났는데, 난생 그렇게 큰 짐승은 처음 보았어요.”
아빠 개구리는 아들개구리 앞에서 기가 죽기 싫어, “아빠 보다 커데?”하고 물었다. 아기 개구리는, “아빠 보다 훨씬 커요”하고 대답했다. 아빠 개구리는 자존심이 상하여,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며 배를 볼록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아기 개구리에게 물었다. “이래도 황소가 나보다 더 커?”하고 물었다.
아기 개구리는, “응, 그래도 황소가 아빠보다 더 커.” 아빠 개구리는, 황소에게 지기 싫어, 다시금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배를 크게 부풀린 다음 아기 개구리에게 물었다: “이래도 황소가 나보다 더 커?” 아기 개구리는, “황소가 아빠보다 여전히 더 커요”라고 했다.
아빠 개구리는 황소보다 작다는 말을 듣기가 싫어 다시금 숨을 크게 들이 마시다가, 갑자기 “뻥!”하고 배가 터져서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개구리는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고, 황소와 비교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깨달아, 자신의 최선을 발휘하는데 만족할 뿐, 남과 쓸데없는 비교와 경쟁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샤킬 오닐은 키가 커서 농구선수로 성공했으나, 자신의 분수를 무시하고 체구가 작은 사람이 필요한, 경주용 말의 기수(jockey)로 취직했다면, 경마경기에서 말의 허리나 분지르며, 경마 인생 실패자로 끝났을 것이다.
머리 좋은 Bill Gates는 컴퓨터로 성공했지만, 그가 이종 격투기 선수로 직업을 택했다면 맨 날 얻어터지다가 볼 장 다 봤을 것이다.
다람쥐는 나무를 타는 재능을 태어났고, 새는 하늘을 나는 재능, 코끼리는 억센 힘을 타고 났다. 코끼리가 새 흉내를 내거나, 다람쥐 흉내를 내어서는 인생 실패작이 될 것이요. 다람쥐나 참새가 코끼리처럼 통나무를 옮기려 해도 실패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고전에, “고양이는 쥐 잡는데는 명수이나, 마차 끄는 데는 쓸모가 없고.
당나귀는 마차 끄는데는 명수이나, 쥐 잡는데는 쓸모가 없다”고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재능과 역량은 무엇이며, 하늘이 내리신 나의 분수는 무엇인가를 깨닫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소련의 무용가 누례에프는, “무용이 내 인생”이라 했으며 펠레는 “축구가 내 인생”이라 했고, 성악가 조수미는 “음악이 없으면 나는 죽는다”고 했다.
우리 모두가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월드컵에 나가 화려한 골을 넣지는 못하지만, 동네 축구나 골목축구로 축구를 즐길 수는 있다.
나는 빌리 그래함과 같은 유명 목사는 못되어도, 시골에서 작은 교회를 섬기며, 인생의 작은 기쁨을 만들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허황된 욕심을 부리다가 실패와 좌절로 끝나는 내 인생이 되기보다, 내 분수와 역량에 맞는 일을 찾아 보람과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요즘 차츰 깨닫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90 | 느리게 사는 즐거움 | 김영교 | 2008.04.14 | 135 |
489 | 쿠키사용법을 아시나요? | 김영교 | 2008.04.09 | 168 |
488 | 원고청탁 | 김영교펌 | 2008.03.14 | 166 |
487 | 꿈의 바다 통영 | 김영교 | 2008.03.14 | 201 |
486 | 이 세상에, e-세상/서용덕 | 김영교 | 2008.03.10 | 284 |
» | 분수껏 살자(2008/02/08 ) | 김영교 | 2008.02.24 | 352 |
484 | 가슴이 답답한 이유 | 김영교 | 2008.11.13 | 201 |
483 | 내적 미소 | 김영교 | 2008.09.22 | 175 |
482 | 감사하늘 /마무리 미학/수필 | 김영교 | 2008.09.20 | 212 |
481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척 로퍼(Chuck Roper) | 김영교 | 2008.09.29 | 289 |
480 | 완덕(完德)의 길 | 김영교 | 2008.09.17 | 373 |
479 | 김창운 목사님, 우연은 없지요?/김영교 | 김영교 | 2008.09.15 | 449 |
478 | 삶의 우선순위/김영교 창작마당 | 김영교 | 2008.09.12 | 215 |
477 | 나눌수 있는 마음/추석 | 김영교 | 2008.09.12 | 207 |
476 | 바람부는 날의 풀 | 김영교 | 2008.09.09 | 154 |
475 | 1분 묵상/열매 | 애천 | 2009.08.29 | 360 |
474 | The power of love | 김영교 | 2008.09.07 | 402 |
473 | 격칭의 말 /김영교 | 김영교 | 2008.09.07 | 222 |
472 | 김희식의 <뉴 오리언즈에 가서> | 김영교 | 2008.12.06 | 230 |
471 | 워렌 하딩의 오류 / 1분 묵상 | 김영교 | 2009.08.29 | 6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