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이태영작품

동창회를 다녀왔다.  멀리 서울까지 가서야 만난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참으로 많이 만나고 헤어졌다.  아름다운 순간들이 나누는 담소안에 누적되어있었다. 추억은 가슴 가득 보석이었다. 

나는 고교 11회 졸업생이다. 매년 11월 11일에 동창회가 열린다. 그래서 이번에 동창회의 참석은 의미깊었다. 생에서 사로 숫자 이동이 눈에 확연하다. 동창수첩은 정직해서 하나, 둘... 늘어가는 사망자 명단을 가감없이 기재해서 그렇다. 우정을 쌓는 만큼 생명도 키워온 인생 노정에서의 학연 관계이다. 우리 모두 미지의그 날을 향해 가고 있다. 받아드리지만 되돌려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많이 아파본 내 투병의 경험은 속삭인다. 그저 고통없이 사는 날 까지... 나의 소망이다. 

<11월 나무>시 한 편이  동창회 참석한 후 세상으로 걸어나왔다.

계절이 기우뚱해도

가을 한복판에 서서 저울이 된다

모두 절정 한때를 간직

여름내 키운 무성을 버리며

푸른 땅을 힘 있게 달리기를

잠시 쉬는

11월의 나무

어쩌다 고교 11회 졸업생

해마다 11월이 오면

사방에서 모여드는 기척들

심장이 뛰는 연두빛 숨소리 먼듯 가까이 서서 

지척에 널브러진 시간 잔해들

건너

아래 뿌리 동네로 내려가는

11월 나무는

바람이 흔들 때마다 가지 끝에서 춤을 춘다

바다를 그리며 

땅을 품으며

서서 잠자면서도

하늘에 길을 여는 

아

내공이 남다른 

11월의 나무여

동창 이태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