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CBA13359ED8FFC39D70B

박일선 동창의 보스와나(Botswana의 Thebe River 아름다운 일몰 10-3 



불씨를 지피는 세모의 꿈 – 이 아침에 김영교

 

열두 달로 막을 내리는 세모의 길목이다초대하지 않아도 세월은 오고 허락하지 않아도 가는 것이 세월이다각종 단체가 행사를 위하여 화려한 축제 분위기를 돋구며 분주하게 불러댄다피곤하게 서 있는 숱한 가슴들을 향해 학연 지연의 미소와 상업화된 선물들이 손짓하고 있다춥지 않을 것처럼 흥청대는데 사람들은 아직 못 가진 것에는 불만을이미 가진 것에는 감사할 줄 모른다그들의 겨울은 그래서 더욱 춥고 더욱 외로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게 추울 때 세상을 대피는 온기의 원천이 있다그것이 성탄의 불씨이다그 길은 먼 광야의 길거칠고 험난한 길이었다지난해 무대를 되돌아본다오랫동안 푸름으로부터 유리된 삶 속에는 뼈끼리 부대끼는 깡마른 아픔이 있었다여름의 그 무성한 초록의 행방을 목말라하며 속마음 깊이 상처 입고 찬비에 젖어 길바닥에 낮게 달라붙어도 낙엽의 꿈은 봄이었다.

 

추운 사람들에게 모닥불을 피워 주고 또 외로운 사람들을 모닥불로 모여들게 하는 성탄은 모체불씨이다불씨는 자기희생이다완전 헌신이다자기에게 불이 없으면 남을 대펴 줄 수 없기에 우리 모두의 가슴에 불씨를 지피는 소망의 계절을 허락받았다하늘에 영광땅 위에는 평화기뻐 춤추며 환호해야 하는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그런데 요사이 성탄은 너무 상업화되어 참 불씨가 그 계절의 주인인지 아닌지를 구별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하늘로 자리바꿈한 지상의 용서받은 죄인들그 가슴에 불씨 하나로빛에 거하게 된 것은 은혜중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불씨는 바로 생명의 씨앗이다불씨 하나 품지도 않고 활활 타는 불덩이를 기대할 수는 없듯이 씨앗도 없이 열매부터 겨냥하는 사람들 틈에 끼여 성급하게 살아 오지 나 않았는지 말이다과정이나 환경의 소중함보다 늘 열매 지향적이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절이다.

 

세상에는 씨를 전하는 상점들이 있다팔고 사는 흥정의 현장이 아니다사역의 현장은 신앙의 씨를 그냥 주고만 있다성령 개입으로 씨를 얻을 뿐만 아니라 씨를 뿌리고 씨를 심을 땅뙈기마저 거저이다.

 

마음속부터 감사를 불러일으킨다감사하는 마음은 푸른 하늘을 가슴에 담는 여유이다폭풍우가 심한 일상이 푸른 하늘을 봉투 안에 잠그고 감사함을 모르는 손길은 하늘을 가둔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곤 한다이제 세모의 길목은 봉투 안에 갇힌 불씨를 꺼집어 내 나누어야 할 때이다씨앗의 초심을 기억하는 믿음의 나무바람에 견고히 서 있는 나무얼마나 아름다운 나무인가그늘을 주고 새소리를 주고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는 나무는 우리의 친환경 첫 번째 친구가 아닌가묵은해와 작별하고 새해 앞에 설 때 그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씩 기대해도 좋을 성싶다.

 

새해새 하늘은 불씨 하나 가슴에 지핀 자의 것이다모든 생명체의 발아는 한 톨의 씨앗이었다아기 예수의 사랑 씨앗을 선물로 받고도 우리 가슴은 생명을 움 틔우기에 는 너무 메말라 버린 지 오래인듯하다씨앗을 찾고 불씨를 지피는 사람이 세모의 꿈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2019 12.19 목 중앙일보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