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가는 길 / 김영교

    

 지난가을은 참으로 의미 깊었다. 마음  퍽 조이기도하면서 많이 흐뭇하기도했다. 무엇을 더 바랄것인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나름대로 준령 넘어서 해 낸 책 출판이 그랬다. 준비해 오던 수필집이 세상에 나오게 된 그 안도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삶을 담은 마지막 챕터다. 스스로에게 내어 준 문학의 결산이라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선적을 알려왔다. 몇 주 후 드디어 가슴설레이는 이웃 롱비치 항에 도착한 것이다. 정박해있는 수많은 화물선들...선상에서 내리는 작업은 한 달 남짓 중단되어 있었다. 부두 인부들의 거부와 부재로 하역이 지연되어  안타까웠다. 눈에 훤히 보이는 옆 동네 롱비치 바다에 떠있는 수많은 저 화물선들, 그 중에 나의 수필집 짐짝이 있는데! 속이탔다. 결론은 책없이 책 잔치를 치러야 했다. 참석을 약속한 그 많은 발걸음들을 '실망시켜서는 않되는데' 였다. CNN 뉴스에 귀를 쏟아부었다. 하역 일꾼들의 거부와 불응, 소통되지 않는 불시착 유통, 코비나 세태 뉴스에 마음이 쫄아들었다. 이미 예약된 그리고 약속된 계획들을 밀고 나가야 될 황이었다. 초조해졌다. 초청,목사님 축하 예배 인도를 선두로 단체장들의 축하와 축가를 포함한 평설문 순서며 또 이미 예약된, 장소와 음식, 맡은 프로그램 순서를 무산시킬 수 없어 밀고 나갈 용기가 나는  필요했다. 가슴 조이며 일을 진척시켜야 했다. 

 출판기념회가 드디어 열렸다. 재미수필가협회 토랜스 방 주최였다. 급하게 급하게 항공편으로 우송된 수필집 8권이 순서 진행을 그렇게 아슬아슬 넘어가게 해주었다. 마침 언니 김수영 목사의 '잊을 수 없는 스코필드박사와 에델바이스의 추억'은 금상첨화였다. 모두가  입을 모아 순서진행이 그런대로 다 좋았다고, 식사도 좋았다고 다독여줬을 때 그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내 삶 여정 그 구비구비 문학과 삶이 녹아있는 ‘물처럼, 바람처럼’을 기독교서점에서 받아 안고 한참 눈물이 났다. 아슬 아슬, 얼마나 고맙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더 지연되지 않은것만도 다행으로 여겼다. 마침 축하객이 남겨놓은 주소록이 있어 이제는 발송할 일만 남았다. 무게가 있어 매일 4, 5권씩 부치러 우체국에 간다. 백팩에 넣어 짊어지고 걸어서 우체국 정문을 들어선다. 줄서서 숨을 고르며 기다림에 쉰다. 우편 멜로 발송한다. 책 송료는 $3달라 85센트다. 큰 봉투에 조심스레 넣어 테이프 눌러 안전하게 봉한 후 예쁜 우표 6장이 탁탁 마침 도장을 받으면 끝이다. 가방에 짊어지고 가는 내 발걸음은 우체국 거리를 조금도 버거워하지 않는다. 등교하는 초등생이 된 기분이였다.

 

 운동삼아 여섯 블럭 남짓 걸어서 가는 거리- 돌아오는 길은 윌슨공원 입구 진입로다. 키 크고 가지 푸른 나무들이 줄서서 지역을 지키는 큰 규모의 공원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각종 애완견도 만난다. 그동안 조마조마 걱정 먼지 뒤집어 쓴 내 모습이 확 트이기를 바라며 이 공원 입구에서 부터 탁탁 털어낸다. 폐부 깊이 들여 마시는 맑은 공기는 발뒤꿈치까지 찡하게 흘러내린다. 1마일이 넘는 산책로에는 약간 경사진 언덕도 있어 오르내리는 곳마다 햇볕도 바람도 밟는 흙도 정감있게 따라붙는다. 모두 친근하다.

 

 도시 한복판에 축소된 자연의 일부, 이런 녹지대를 지정해 놓고 웰 리빙 가슴으로 사람을 품어준다. 어느덧 나도 편안한 마음이 된다. 물도 흐르고 구름도 흐르고 음악도 흐른다. 주말에는 뮤지컬이 이 공원 야외 광장에서 자연스럽게 흐른다. 걷다 힘들면 앉아 쉬면서 흐르는 음악에 나도 흘러가게 내버려둔다. 전자악기와 공연음악은 공원 전체를 흔들고 덮을만큼 크게 흘러퍼진다.

 

 얼굴색이 다 다른 산책 꾼들, 옷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하이!'로 인사를 나눈다. 한 목적 건강을 향한 우린 모두는 가까운 지구촌 이웃들이다. 함성과 팀 힘이 약동하는 현장이 이 공원에는 여럿있다. 농구 검도 야구 정구 하키 배드민턴 코트 또 말 발굽 코트와 애들 놀이터에 그네, 그리고 총천연색 미끄름틀도 있다. 여기저기 운동할 때의 함성은 활력을 솟구치게 해준다. 피크닉 테이블도 널널하게 많다. 화요일과 주말에는 화머스 마켓의 무공해 과일과 채소 견과류, 그리고 달걀과 토종꿀 팝콘, 뻥튀기- 공원은 재미있는 야외 가족 단체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원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애 어른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코비나 때문에 집콕 인구 이제 모두는 걸으며 웰빙에 가까이 가고 있다. 이렇게 공원이 보호 관리되고 있는 것이 지역주민에게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도시안에 소규모지만 자연의 한 귀퉁이를 세계수준에 맞게 개발하고 발전시키면서 관리하고 즐기며 누리는 자격 있는 사람들 견해가 돋보인다. 햇볕 좋아 걷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건강에도 관심이 많다. 그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그 뿐인가. 공원 같은 축소된 자연을 즐기며 보존, 관리하여 다음 세대에 연결 전달하는 사람들, 휴지며 나무막대기 집어 버리며 그렇게 누리며 환경보호, 상생에 앞장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 기쁨과 흥분이 오래 지속 되면 좋겠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 나는 내 속도로 쾌보를 유지하며  걸어간다. 해를 안기도 등지기도 하면서. 마침 우체국과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란 이름으로 축소된 자연, 바로 이 윌슨공원이  있어 여간 고맙지가 않다. 비행기나 자동차 협조 없이도 지구별의 한구석을 이렇게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책 발송 후 바로 이 공원 산책로 진입은 그래서 맛있는 후식을 만나는 기쁨이다.

 

우체국 가는 길은 소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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