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 한 장

2003.11.28 04:53

김영교 조회 수:498 추천:186

                김영교

그 방에
오랫만에
또 하나의 그림이 붙었다

'소꼬리 살라드'
그녀가 개발한 영특한 일미
펄 펄 끓는 물에 투신한 긴 시간
참을성 없는 나를 목 메이게 한다

턱 밑에 있는 바다가 그렇게 유혹해도
눈길 한번 안 주고
하루 종일 실내 부엌 바다를 통통 물결치며
냉장고 해안을 길게 짧게 오가며
바쁜 손발 놀림으로 물장구 쳐
우정 있는 식탁을 향기롭게 상 차린다

아름다운 마음이 촛불 켜 들고
향기와 맛을 편안하게 누릴 때  금새 행복해 지는 여심(女心)
해녀의 망태에 담긴 땀에 살찐 수고가 나의 행복이라니...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투신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내 모습

해질 녘
목덜미에 냉기가 스밀 때
애들의 함성이 사방에서 들려 온다
이 정겨운 그림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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