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구좌

2004.01.09 12:55

김영교 조회 수:464 추천:129

간혹
산비탈 돌아
마을로 내려 올 때
지갑에는 먼지
가슴에는 들풀 냄새 가득

눈부신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도로 밟는 빌딩 갑옷이
목을 조여
숨이 막히는데
도시 심장에서 기다리는 맑은 얼굴들
눈치 빠른 신발이 먼저 다가간다

넉넉한 길벗 하나 있어
땀 식히며 숨고르기에
바람과 함께 등 밀어주어
수월한 이민 고갯길

다급한 홍수 휩쓸 때
비상 은행
옆에 우뚝 서 있어
인심도 빌려 주는 편리한 관계 펼치고

우뚝 선 원금 상환의 성벽
아직은 은혜의 안 뜰
그리하여
꿈도 시도
다치지 않은 보호 속에 살고 있다

우주보다 더 큰 생명은행에
작디작은 시의 내 개인구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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