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자락

2003.12.16 15:17

김영교 조회 수:624 추천:210

바람이 길을 간다

더듬어 가면서
나무 높이만큼 씩 오른다
깊은 계곡에 미끌어 떨어지는 아찔함
몸 가눌 줄 알아

높낮음의 소용돌이 한 복판을 뚫고
형체도 없이 수면에 닿아
세상을 웅장케하는 몸짓으로 불어난다

노을빛에 물든 나의 옷자락은
그리움의 수면에 닿아
곱다란 원을 그리며
첫 사랑의 조용한 물살을 빚는데

보일듯 말듯 작은 균열에도 떠는
끝없는 뒤척임 털고
헝클어진 머리 햇살로 빗고
초록에 걸터 앉으면
풀내음으로 번지는
마음속 풍경

깊은 응시의 물속에
나를 밀어넣고
헹구고 쥐여 짜
파아랗게 널면
하늘과 땅 사이
작은 접촉
세상에서 가장 크고 긴 자락

살아나 소리로 펄럭이는 깃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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