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신문에 대한 추억

2008.12.31 02:08

김동찬 조회 수:1426 추천:132

타운뉴스 창간 15주년 축하 메시지

                      지역 신문에 대한 추억
                                                                 김동찬

   창간 15주년을 맞은 타운뉴스에 축하를 보낸다. 마치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오랜 친구가 생일을 맞은 것처럼 기쁘다. 특히 이 신문의 이름이 정겹다. 타운에 뉴스를 전한다는 뜻도 있고 타운의 뉴스를 싣는다는 취지도 엿보인다. 타운은 물론 코리아 타운. 즉, 우리 미주 한인 커뮤니티를 얘기하는 것이리라.
   어릴 적 지역 신문에 대한 추억이 하나 있다. 나는 목포에서 태어났지만 목포에서 기차역으로 세 정거장 떨어진 ‘일로’라는 시골 마을에서 자라났다. 일로초등학교 4학년생인 내 글이 목포의 ‘호남매일’이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신문은 물론 종이 자체가 귀하던 시골 마을이라 보고난 신문도 정육점에서 포장지로 쓸려고 사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귀한 신문에 내 글과 이름이 실렸으니 그것을 보는 어린 촌놈의 가슴은 얼마나 벌렁거렸겠는가.
   무슨 커다란 백일장에서 당선된 것도 아니고 신문사 주최의 공모전에서 입상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목포에서 아동문학 동인 활동을 하던 담임선생님께서 어린 제자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문화부 기자에게 부탁을 했던 것 같다. 내 글을 처음으로 활자화 해 나를 감격시켰던 호남매일은 나중에 군사독재정권의 언론 통, 폐합 조치로 사라졌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의 의도는 살아남아서 그 어린 제자는 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스스로 글을 쓰는 재능이 있다고 믿게 됐다. 만일 내게 어떻게 해서 시를 쓰게 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어린 시절 신문에 내 글이 실렸던 일을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로 꼽을 것이다.
  올림픽 소식이나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나를 글 쓰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든 그 지역신문처럼,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그 지역 주민들의 고민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일 또한 신문의 주요한 사명이리라. 이런 점에서 볼 때 타운뉴스는 그 일을 잘 감당하고 있는 신문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는 신문. 바로 타운뉴스와 같은 ‘우리의 신문’을 우리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이렇게 타운뉴스가 ‘우리의 신문’으로 성장한 데는 타운뉴스를 만드는 분들의 일관된 편빕 방향, 즉 우리 커뮤니티에 대한 사랑과 건전한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장학금을 수여할 계획을 세우는 안창해 발행인, 따뜻하고도 진중한 칼럼을 꾸준히 집필하는 박영규 주필, 타운뉴스의 경영을 맡고 있는 조은옥 사장,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기사로 가득 채우는 편집인과 기자들을 비롯한 전직원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신문이라도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았다면 타운뉴스의 오늘은 없었을 테니 독자와 광고주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겠다. 오늘은 우리 신문의 생일날 아닌가. 우리 모두가 서로 축하를 하고 축하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축하합니다!


- <타운뉴스>, 2008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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