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문화계를 돌아보며

2008.12.31 02:13

김동찬 조회 수:1334 추천:170

                 ‘큰 별’ 고원 시인 타계

                                                      김동찬

  지난 일년을 돌아보니 미주한인문단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사람 사는 일이 늘 그렇듯, 기쁜 일만 있었으면 좋으련만 슬픈 일도 있었다. 미주문단의 스승이고 원로 시인이셨던 고원 박사께서 정초에, 뒤를 이어 뉴욕에서 활동하던 김용팔 시인이 타계하셨다.
  고원 선생님께서는 50년 가까이 미주에서 문학 활동을 했고, 미국 대학은 물론 글마루 문예창작교실을 열어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미주문협을 창립하는 데도 참여하고 또 문학지 <문학세계>를 20년 동안 발행하셨다. 엘에이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치고 직, 간접으로 그의 가르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미주 한국문인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교육자였기 때문에 미주의 문인들은 커다란 상실감으로 슬픔에 젖었다.
   2008년은 컴퓨터의 문화가 세상뿐만 아니라 우리 미주문단에도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해였다.  미주문협 홈페이지(www.mijumunhak.com)에 딸린 개별 홈페이지인 ‘문학서재’를 연 문인이 현재 94 명이다. 미 전국에 있는 한국 문인들의 숫자를 500 명 정도 예상하고 있을 때 20퍼센트 가까이 문학서재를 개설하고 있다. 책이나 신문 등의 인쇄매체가 문학작품을 독자에 전달하는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또 다른 주요한 매체가 됐다.
   온라인으로 정보와 우정을 나누다 보니 글로벌 시대란 말에 걸맞게 미주 각지와 한국에 있는 문인들과 더욱 가까워 졌고 실제로도 더욱 활발한 교류를 나누고 있다. 한국의 정호승 시인, 임헌영 평론가를 강사로 초청, 팜스프링스에서 가졌던 지난 여름문학캠프에는 120여명이 참가했는데 그 중 시카고, 서북미, 유타 등지에서 참석한 문인이 14명이나 됐다.
   컴퓨터를 가지고 편집과 교정을 보게 됨으로써 과거 식자를 해서 인쇄하던 시절에 비해 책을 내는 비용과 시간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각 동호인이나 장르별, 지역별 문학단체들에서 문학지를 연간으로 발행하고 있고 미주문협에서도 계간으로 <미주문학>을 발간하고 있다. 문인들이 컴퓨터와 문학지, 혹은 자작 문집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는 기회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주 한국문학작품이 본국의 천만 독자를 확보하는 일도 불가능한 꿈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바쁜 이민 생활 중에서 한인 작가들이 아무리 어렵게 글을 쓰고 책을 냈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바람에 소리 지르는 것처럼 공허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미주문단의 성장은 미주중앙일보에서 문예광장이란 난을 일주일에 한 번씩 문인들의 작품을 발표하도록 마련한 일이라던가 계간 <미주문학>을 정기구독해준 분들, 왭페이지에 들어와 글을 읽어준 귀한 독자들 덕분이다. 머리 숙여 감사를 올린다. 우리 미주 한인 문인들이 그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은 보다 많은 동포들에게 읽히면서도, 양적인 성장에 따르는 문학작품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숙제를 풀어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다진다.

  -  송년특집  2008년 문화계를 돌아보며 - 김동찬 시인이 전하는 문학계    
     <미주 중앙일보> 2008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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