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은혜 / 성백군
수면을 비추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의 촉수(觸手)가
사방으로 빛을 뿌리는데
물가에 떨어진 낙엽 한 잎은
삶 동안 곱게 물든 단풍을 씻어내며
조용히 기도하듯 사라집니다
열렬히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도 좋지만
때 되어 목숨을 순하게 드림으로
창조주의 섭리에 순종하는 것이
피조물의 아름다움입니다
어느새 봄이 왔다고
어린싹이 갈잎을 들추고 고개를 내미네요
제 할 일 다 하고, 아무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보통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1363 - 02122024